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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현대의 미디어산책] 명의의언어 정치의언어

 

 

 

아플 때는 마음이 무겁고 절박하기 때문에 의사의 말 한마디에 안심과 걱정이 교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의사의 말은 가치중립적이고 방어적이다. 아마 환자의 과한 해석을 방지하고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표현이라 짐작한다. 환자가 의사를 신뢰하면 치료효과가 높아짐은 당연하다. 명의의 조건에는 의학적 치료능력뿐만 아니라 환자와의 공감과 소통능력이 큰 몫을 한다. 의사의 환자에 대한 공감 없이는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기 힘들다. 과학인 의료에서도 의사와 환자의 소통이 이렇게 중요하다.

 

바야흐로 대선을 앞두고 정치의 시대가 만개하였다. 정치는 말로 시작해 말로 끝난 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언어가 다 킹스스피치일 수는 없다. 소속정당과 이해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자기에게 유리한 여론결집을 위해서 선동할 수도 있고 편을 가를 수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정치는 대화, 타협을 통하여 갈등을 조정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지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문제를 꼬이게 만드는 행위가 아니다. 국정감사 시 본인은 면책특권 속에 숨어서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를 통해 주목효과를 높이고 거기서 생기는 피해와 인격적 살인은 나몰라라 하는 의원들 많이 봤다. 저급한 언어폭력이자 부도덕이고 갑질이다.

 

언어는 있는 상태를 말하는 설명적 언어와 소통형 언어로 나눌 수 있다. 정치에 중요한 건 소통형 언어다.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처칠은 노벨평화상이 아니라 문학상을 받았다. 아마 그의 유려한 언어와 유머가 전쟁으로 고통받는 영국민의 마음을 통합해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끄는데 기여했을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으로 국론이 분열되었을 때 오바마는 전쟁을 찬성하는 사람도 애국자이고 전쟁을 반대하는 사람도 애국자라면서 국민적 여론을 통합해 나갔다. 이것이 바로 소통형 언어의 전형이다. 객관적 논리가 있는 로고스와 감성적 동조가 이루어지는 파토스 그리고 그 말을 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인 에토스가 결합되었을 때 말에 힘이 실린다. 25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사회는 같은가 보다.

 

정치인에게 이런 언어를 바라고 싶다. 막말이나 두리뭉실 말 돌릴 여지 넘치는 언어는 듣고 싶지 않다. 국민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품격 있는 언어가 듣고 싶다. 대선을 앞두고 아직까지 정치언어는 과거의 잘못을 비난하는 수렁에 빠져 미래에 대한 비전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검증이라는 미명 하에 편 가르기의 틀에 갇혀있다.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는 선거다. 과거의 단죄를 위해 투표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는 어떤게 문제다 말고 난 미래에 이렇게 하겠다는 말이 공수표라도 넘쳐나면 좋겠다. 편 가르고 욕하다 세월 간다. 야당도 여당의 실정과 잘못에 따른 반사이익만 취하지 말고 그 잘못된 점을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미래의 언어를 보여줘야 여당이 될 수 있다. 본인도 자유롭지 못하면서 계속 현정권의 실정만을 부각하는 어떤 후보자의 입에선 오늘 살고 죽을 사람처럼 내일의 이야기가  한마디도 안 나온다. 여당이라 하여 후보자의 언어는 크게 다르지 않다. 50.1% 확보에 대한 정치공학적 접근보다 70, 80 %가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면 좋겠다.

진영과 내편만을 위한 정치언어, 이제 정말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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