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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이원 생중계 수업



처음 코로나 때문에 줌으로 쌍방향 수업을 하게 되었을 때는 그것만으로도 미래 교실에 온 느낌이었다. 아이들은 각자 집에 앉아 있고, 나는 교실에서 모니터를 보는 상황이 어렸을 때 보던 과학 잡지에 나올법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학교라는 변화의 물결이 가장 늦게 찾아오는 보수적인 공간도 코로나 앞에선 변하지 않고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일반적인 쌍방향 수업에서 변형된 모습으로는 교실에 교사와 소수의 학생이 있고 다수는 집에서 수업을 듣는 상황이 있다. 긴급돌봄 학생이 생기면 이렇게 수업이 이루어졌는데 학생이 몇 명 교실에 앉아있지만 온라인 수업 중심이라 평소와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모니터 너머에서 수업을 설명하고, 발표하며, 조별 활동을 하는 방식은 그대로였다. 물리적 공간이 어디인지는 큰 변수가 아니었다.

최근에 새로운 방식의 수업을 할 일이 생겼다. 우리반 친구들 몇 명의 동거인이 자가격리하게 되어서 그 학생들도 등교하지 못하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학생 본인이 확진이거나, 유증상으로 인한 결석이라 수업을 못들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학생과 자주 전화하면서 몸 상태가 어떤지를 확인하는 선에서 교육활동이 끝이 났다. 이번엔 본인은 몹시 건강한데 등교를 못하는 상황이라 어떤 식으로든 수업 내용을 제공해야 했다. 학부모님께 등교 중지를 말씀드리자 그럼 수업은 어떻게 하냐는 반응이 바로 나올만도 했다.

처음에는 수업 차시에 맞는 학습지를 제공해서 풀게 할까 하다가 마음을 바꿨다. 내가 지켜보는 앞에서도 금세 집중력을 잃는데 혼자서 매일 5-6차시 학습지를 풀며 자습하는게 어려워 보였다. 내가 해도 힘들 것 같은 건 패스. 다음으로 떠올린 건 e학습터에 수업별 영상과 과제를 올리는 일이었다. 가장 무난한 방법처럼 보였지만 이 또한 컴퓨터를 틀어놓고 다른 행동을 하면 학습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다.

고민 끝에 이원 생중계 수업을 택했다. 이름이 거창하지만 교실에서 수업하는 내용을 줌으로 전송한다는 이야기다. 수업 중 교사의 동선이 모니터 앞에 묶일 가능성이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이들이 결석하는 첫날 아침까지 고민하다가 미리 e학습터에 올렸던 수업 자료를 모두 삭제하고 줌 접속 공지를 올렸다.

이틀 동안 교실 수업과 줌을 동시에 해본 소감은 일단 대 만족이다. 먼저 조별로 발표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교실에서는 평소 하던 대로 발표했는데 이때 카메라는 발표하는 아이들을 비춰서 줌에 접속한 친구들도 발표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동시에 온라인 조가 되어서 티브이 화면 속에서 발표했다. 조별 활동이 가장 어려울 거라 예상했는데 그게 해결되자 나머지 수업들은 무난히 진행됐다. 남은 등교 중지 기간 동안에도 무리 없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염병이 창궐하고 많은 게 달라졌다. 대체로 부정적인 변화였지만 어떤 면에선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 듯하다. 코로나 전까지만 해도 교실 밖에서 수업에 참여한다는 개념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어떤 이유에서든 교실에 있지 못하면 결석이었다. 가능하면 등교해서 친구들을 만나고 공부하는 게 가장 좋겠지만, 학교에 오지 못할 피치 못한 사정이 있는 학생들과도 소통하며 수업할 길이 생겨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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