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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수의 월드뮤직기행] 심장으로 직진하는 음악, 페트루 구엘푸치의 코르시카

월드스타를 낳은 월드뮤직 20

 

첫눈이 내렸다. 

감정은 나이 들지 않는다고 하던가. 첫눈......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눈사람 되도록 걸었던 스무 살로 돌아간다. 첫눈 오면 내 어린 시절부터 청춘시절까지, 라디오와 거리의 음반가게에서 종일 틀어대던 노래, 프랑스 샹송 가수 아다모(Salvatore Adamo)의 눈이 내리네(Tombe la neige)가 환청처럼 들린다. 고등학교 불어 시간에 처음 들었던 샹송도 아다모의 그 노래였다. 팝송보다 샹송에 더 빠졌던 그때, 에펠탑 아래에 샹송을 들으며 앉아있는 꿈을 꾸곤 했다.

 

코르시카를 듣지 않았다면 지금도 프랑스 노래는 샹송으로만 알았을 것이다. 노래가 넘쳐나는 세상, 대개의 노래는 나뭇가지에 잠시 앉았다 뜨는 새처럼 귓가를 맴돌다 멀어진다. 그런데 심장으로 직진하는 노래가 있다. 페트루 구엘푸치(Petru Guelfucci)의 코르시카(Corsica)가 그랬다.

 

지중해에 떠있는 프랑스령 섬, 코르시카. 

 

나폴레옹과 콜럼버스가 태어난 곳이며 스페인 카탈루냐처럼 분리독립운동을 하고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지엽적인 곳의 지엽적인 역사로 알고 관심을 두지 않았다. 성스럽고 웅장하면서도 비애 서린 페트루 구엘푸치의 목소리를 듣고서 노래 제목이면서 그의 고향인 코르시카가 궁금해졌다. 천년의 한을 품은 소리라고 했던가. 코르시카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그저 수식이 아님을 알게 된다.

 

현재 프랑스령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 지중해 주변 강국들의 점령과 지배, 전쟁 속에 만신창이가 된 코르시카. 기원전 카르타고의 지배를 시작으로 로마, 아랍 제국, 이태리 제노바 왕국 등이 코르시카를 지배했다. 프랑스령이 된 것은 18세기, 지중해 무역의 쇠퇴로 세력이 약해진 제노바 왕국이 코르시카를 프랑스에 매각하게 되면서다. 하루아침에 프랑스 영토로 넘어가게 된 코르시카인들의 지난한 독립투쟁이 시작됐다. 언어와 문화, 인종이 다른 프랑스에 동화될 수 없다며 코르시카의 애국가, 코르시카의 국기를 만들어 오늘까지 싸우고 있다.

 

3년 전인 2017년 치러진 선거에서 민족주의 정파 ‘코르시카를 위하여’가 승리했다. 이들은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코르시카 언어 존중, 자치권 확대, 정치범 사면 등을 요구하며 마크롱 대통령을 골치 아프게 하고 있다.

 

식민지배의 한, 독립투쟁의 결기가 코르시카만의 폴리포니(Polyphony 다성 음악)를 만들었다. 코르시카 폴리포니 속에서 유럽 가톨릭의 성스러움, 음을 길게 늘여 부르는 아랍풍 멜리스마 창법 등 여러 문화권의 체취가 느껴지는 것을 그들 역사를 돌아보면서 이해했다. 폴리포니 스타 페트루 구엘푸치의 목소리의 감동은 더해졌다.

 

그 이후 나는 프랑스 하면 샹송이 아닌 폴리포니를 먼저 떠올린다.

 

(인터넷 창에서 www.월드뮤직. com을 치면 기사 속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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