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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종의 '생명'] 개식용 종식을 향한 사회적 대타협

 

문재인 대통령의 ‘개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할 때’라는 언급은 다시 한번 우리 사회의 해묵은 논란거리를 다시 한번 들췄다. 이에 따라 이런 논란의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찬반 양측의 논란’ 식의 보도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상투적 표현이 등장한다. 관련 부처 역시 굳이 임기 말 대통령 언급에 찬반 논란이 있는 사안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려 할 것이고,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있는 남북평화 문제나 한반도 종전선언, 내지 검찰개혁 사안마저 여당과 정부 관련 부처의 적극적 호응이 없어 흐지부지 되는 상황처럼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개식용에 대한 대통령 언급이 있다 보니 여야 대선후보들의 입장이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는 개고기 금지를 분명히 하면서 육견협회 등 찬성 측과의 대타협을 통해 개식용 종식을 정리할 것을 공언하였고, 야당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반려견과 식용견은 따로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물론 후자의 발언은 개고기 식용을 찬성하는 이들이 종종 취하는 논리로서,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서 K-Pop과 오징어게임 등 국제사회를 이끌고 있는 대한민국의 문화 수준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왜곡된 견해다.

 

이미 많은 논의가 있었기에 대표적 주장만을 살펴보면,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서 소나 돼지를 먹고 있으니 같은 동물인 개도 충분히 먹을 수 있다는 매우 폭력적 주장이 있다. 이는 사람을 제외한 동물이라는 범주를 설정하고 해당 범주에서는 다 동일하게 취급할 수 있다는 일반화의 오류다. 이러한 오류의 결과는 동물 종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지 않는 종차별주의다. 동물은 종 차이를 막론하고 먹을 수 있다면 사람 역시 동물이니 먹어도 무방한 것일까. 결국 농장 동물을 식용하니까 개도 식용한다는 주장이야말로 생태계 내 다양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각각의 종 차이를 무시한 종차별주의자의 관점이다.

 

한편 우리의 전통 식문화이기에 국제적인 관점에서 거론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입장도 있다. 이는 시대와 사회 변화에 뒤쳐진 완고한 모습이다. 스페인의 상징이자 전통인 투우 역시 잔인성 때문에 스페인에서 금지하는 지역이 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프랑스 요리에서 세계 3대 진미 중의 하나로 꼽힌다는 푸아그라(foie gras)는 거위를 학대해 얻는 탓에 프랑스 생산 금지 운동과 함께 독일과 이스라엘 및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중국 고급 요리에 사용되어 온 상어 지느러미 샥스핀, 비싼 가격의 귀족 음식이라는 벨루가 캐비아(Beluga caviar) 등, 동물 학대와 남획 위험 등의 이유로 전통적 식문화를 변화시키는 여러 나라의 움직임을 생각할 때 우리가 개식용을 종식하는 것은 그리 유별난 일도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개고기 식용은 해마다 줄고 있는 추세지만 대통령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찬반 논란이 마무리되지 않고 있는 것은 결국 강력한 행정 조치가 실행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비되어야 할 오래된 관련 법등의 개정도 필요하다. 다만 여당 후보가 언급했듯이 그동안 관계업에 종사해온 이들에 대한 배려와 구체적 정부 대책을 통해 풀어가야 하며, 이때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할 것은 보다 높은 생명감수성임은 더 말할 나위 없다. 막연한 사회적 합의가 아니라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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