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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12월의 운명

 

12월도 하순 길이다. 세월은 벌써 일 년을 다 소비해가고 남은 시간의 잔고는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산중 무일력’이라고 산에는 달력이 없다고 했다. 아프리카 오지에도 일 년을 365개로 쪼개 놓은 시간 같은 것은 없다. 현대인은 시간에 자유롭지 못하다. 경제면에서도 자유를 잃고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가만히 있으면 부동산 경기에 아파트값 폭등에 뭔가를 해야 할 일을 안 하면서 손해 보며 뒤진 것 같다. 높은 계층의 인사를 만나지 못하면 세상 정보에 뒤지고 하위계층으로 추락하는 기회 상실자 같은 스트레스도 따른다.

 

공무원이나 국영기업체, 일류기업의 인사는 매년 1월 1일 자로 발표되었다. 그에 앞서 문인들의 행사를 비롯한 예술단체 그리고 문화계의 수상식 행사는 보통 12월에 있었다. 12월이란 끝 달에는 개인이나 조직이나 연말정산에 따른 금전적 압박을 느끼며 정리 정산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수상자나 승진 자와 승승장구하는 사람은 얼굴과 명예가 드러난다. 그러나 죽어라고 일하고 달려왔어도 매달 권에 들지 않거나 행운이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더 많았기에 국민들은 혈압이 올라 시달리는 사람도 많다.

 

아라비아 숫자는 우리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주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사람들을 계층화하고 차별화된 성적순이라는 언어를 만들어냈다. 경쟁에서는 1. 2. 3. 등 안에 들어야 하고, 등수 안에 든 일류기업이어야 마음 놓고 근무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직장인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은 연봉과 타고 다니는 차의 종류와 배기량 그리고 살고 있는 아파트 평수가 사람들 눈에 나타나게 하는 계층화 사회라고 믿고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아라비아 숫자는 사람을 우쭐거리게 만들거나 주눅이 들게 한다. 그러나 사람의 도덕성과 품위, 가치관, 공감 능력, 책임감, 사회봉사 능력 등은 쉽게 숫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동안 나는 아라비아 숫자로서 시작되는 머리 숫자 1. 2. 3 보다 뒤진 성적과 능력으로 주입되고 습관이 된 주눅 심리로 마음고생이 컸다. 그만큼 주름진 일생을 살아오면서 사다리 오르기의 삶을 포기하며 지내왔다. 사람은 제 삶의 속도를 잃어버리고 욕심을 내면 인생의 급류를 타게 되고 욕심이 적으면 인생은 냇물이 된다는 말이 있다. 이 뜻을 생각하며 서정의 창을 닦아가면서 조용히 살아야지 했는데도 뜻 같지 않을 때가 많았다. 관 뚜껑을 닫은 뒤 ‘탕’하고 관을 두드렸을 때 나는 소리의 청음과 탁음에 따라 그 사람 일생을 평가할 수 있다는 옛 어른들의 말이 생각날 때도 많았다.

 

죽음이란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는 세계로 가는 것이다. 그러나 태어난 순서 같이 주민등록번호 순대로 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죽음 복 같은 게 생각되었다. 오래 사는 것보다 옳게 살다 갔으면 싶었다. 그런데 이 모두가 욕심이요 서투른 지식인의 잠꼬대인가 싶다. 30일 한 달을 열두 번째 맞는 12월은 삶을 소비해버린 허망함이 깃들면서 그 어떤 상실감과 회한이 서린다. 1월의 꿈과 상상력보다 꺼져가는 노을을 보며 자신의 삶 주위를 둘레둘레 살피게 되는 12월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내 심장의 체온계 같고 어머니 같았던 분을 잃었다. 그로 인하여 가정은 정전사태를 당한 것 같은 분위기다. 그 어느 해의 섣달보다 숨이 막히고 적막한 12월의 끝자락이다. 그러므로 나는 앞으로 들메끈 고쳐 매고 걸어가야 할 길을 걸어야 한다. 2022년의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좀 웃는 가운데 정신 세포가 낙낙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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