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파가 몰아친 지난해 말 포천의 한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진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 속헹씨의 산재 보상 신청이 1년 만에 이뤄졌다.
23일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 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속헹씨 사망 1주기를 맞아 그의 유족들로부터 위임장을 받은 국내 법률 대리인이 산업재해 보상보험제도에 따른 산재 신청을 지난 20일 진행했다.
속헹씨 유족의 법률 대리인인 최정규 변호사는 속헹씨의 사망이 사용자가 제공한 숙소인 비닐하우스 등 노동 환경이 원인이 됐다는 취지로 산재 신청을 접수했다고 전했다.
최 변호사는 “속헹 씨가 사망했을 당시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들로부터 기숙사의 열악한 환경이 건강 악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학적 소견을 받아 100% 산재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속헹씨가 한국에 3~4년 전에 왔는데 오기 전까지는 간경화 등 질환이 없었다. 업무를 하다 상태가 악화됐다는 결론이 있기 때문에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봤다”며 “업무에는 기숙사 환경 등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대책위에 따르면 이번에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소견서에는 영하 16도에 적절한 난방기구 하나 없이 지내는 것은 간경변증과 그 합병증으로 식도정맥류가 발생한 환자에게 급작스러운 출혈을 유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행 제도상 산재 신청은 당사자 또는 유족이 직접 하도록 돼 있다. 대책위는 지난해 속헹씨 사망 이후 곧바로 산재 신청을 진행하려 했지만 캄보디아 유족 측과 연락이 닿지 않아 그동안 산재 신청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대책위 관계자인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정영섭 집행위원은 “속헹씨 사망 초부터 산재 신청을 하려 했지만 유족의 동의를 구하는 게 어려웠다”며 “우리 정부가 캄보디아 고용 관련 기관을 통해 유족에게 안내했음에도 지난 10월까지 산재 신청이 안 됐다. 그러다 이달 초 속헹씨 언니와 연락이 닿아 위임장을 받고 산재 신청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책위 측이 사망 초기에 그의 가족들과 대화를 나눴을 당시는 딸이 사망한 것을 슬퍼했지만 죽음에 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도 유가족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지만 관련 절차에 대한 안내가 얼마나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이뤄졌는지는 확인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매년 20여 명 이주노동자 ‘산재’로 목숨 잃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이주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업장에 이주노동자 고용 허가를 제한하는 내용의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 개정안이 지난 21일 발의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윤미향 의원실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112명의 이주노동자가 산업 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2018년부터 3년간 사망을 포함해 총 재해자는 내국인 30만8454명, 외국인 2만2844명이다.
고용노동부 자료에서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노동자(E-9)의 산재가 지난해 사망자 13명, 재해자 1533명으로 파악됐다.
윤 의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외국인노동자 입국자수가 줄어든 지난해 전까지 매년 20명 넘는 이주노동자가 산재로 목숨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 경기신문 = 김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