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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식 칼럼] 이재명과 에르도안 

 


   최근 터키의 시장논리를 거스르는 “거꾸로 경제정책”에 관한 뉴스가 눈길을 끌고 있다. 물가 상승률은 20~30%를 오르내리는데 저금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1년 사이 임대료는 70%, 생필품 가격은 140%나 뛰었다는 소식도 있다. 이자를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과 경제독립전쟁 수행 차원에서 저금리 정책을 고수한다고 한다. 최근 10년 터키는 유럽연합 가입을 포기하고 이슬람교와 이슬람권 중심의 지정학 전략에 몰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중심에 레제프 에르도안(Recep Erdoğan) 대통령이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954년 터키 최대의 도시 이스탄불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 용돈을 벌기 위해 음료와 빵을 거리에서 팔았다. 1993년 이스탄불 시장에 당선, 오랜 골칫거리였던 물부족, 쓰레기 처리, 공해, 교통문제 등을 깔끔하게 처리하여 주목을 받았다. 2003년 총리에 취임하여 눈부신 경제성장의 업적을 쌓았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3000불에서 2012년 1만 2000불로 증가하였을 정도였다. 2018년 6월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제로 헌법 개정 후 선거에서 무난히 당선, 제1대 직선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수행 중이다. 

 

  더불어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 또한 어릴 적 가난을 극복하고 일어선 입지전적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2010년 성남시장이 된 후 뛰어난 업적을 거양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2018년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었다. 수십 년 동안 미해결 과제였던 계곡 불법시설물 철거 문제를 깔끔하게 처리하는 등 공약사항을 95% 실행하였다. 그리고 전국 지방자치단체 평가에서 1위를 하는 등 뛰어난 업적을 토대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에까지 올랐다. 여기까지의 행적은 뛰어난 업무수행능력을 바탕으로 훌륭한 업적을 거양한 에르도안 대통령과 매우 흡사하다. 두 사람 다 훌륭한 업적으로 능력을 입증함으로써 한 단계씩 높은 공직에 도전하여 성공하였다. 

 

  그러나 최근 에르도안 대통령의 업무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다가오는 2023년 대통령 선거 여론조사에서 야당 후보에 뒤처진다는 결과가 대다수이다. 높은 인플레이션, 폭락하는 리라화 환율 등으로 서민들의 고통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르도안의 경제 실패는 2018년 6월 대통령 선거 당시 상대 후보와의 경쟁 과정에서 제시한 공약 슬로건에서 예견되었다. 선거 초반 야당 후보 무하렘 인제(Muharrem Ince)는 에르도안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한 자릿수 지지율밖에 얻지 못했던 인제 후보는  ‘한국의 경제발전 모델’을 터키에 접목하는  등 경제문제 공약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 결과 지지율이 10%대로 올라섰고, 마침내 20%대로 진입하자 에르도안은 위기감을 느끼고 인제 후보의 경제공약을 거칠게 공격하였다. “한국은 군사 주권이  불완전한 이류 수준의 나라에 불과하다. 대오스만 제국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한국의 모델은 적절하지 않다. ” 결과는 에르도안 52%, 인제 31%의 득표율로 에르도안이 당선되었지만, 불행의 씨앗은 여기서 잉태되었다. 에르도안은 당선 후 대오스만 터키의 영광 재현이라는 지정학적 목표 달성을 위하여 경제 문제보다 과거 오스만의 지배영역이었던 시리아 및 리비아 내전에 개입하는 등 대외문제에 국가 자원을 과잉투자함으로써 재정에 큰 부담을 안겼다. 그리고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뒷받침하였던 이슬람주의로 급선회하였다. 

 

  만약 지정학적 환상에 사로잡힌  에르도안이 아니라 지경학적 목표와 전략을 제시하였던 야당 후보 무하렘 인제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더라면 터키의 현재 모습은 다르지 않을까?  이재명 후보의 현재 세계관 혹은 정치관은 지정학과 시장을 중시하고 존중하는 지경학중 어느쪽에 가까운가? 중요한 선택 포인트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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