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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팔지 못한 수입 계란만 2125만개…예산 낭비 논란

지난해 무관세로 들여온 수입란, 유통기한 만료로 폐기처분
앙계업계 “계란값 잡겠다는 정부? 사실상 과한 살처분 기준서 온 패착” 비판

 

지난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른 살처분이 늘면서 정부가 물가 안정을 명목으로 수입 계란을 투입했지만, 다 팔지 못한 채 보관창고에 쌓인 재고 계란이 2125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미국에서 수입한 계란을 폐기 처리할 용역업체를 모집하는 공고를 올렸다. 지난해 9~10월 경 들여온 수입산 계란의 유통기한 만료로 더 이상 판매가 어려워지자 폐기 처분에 나선 것이다.

 

실제 aT 서울경기본부 이천비축기지에 보관된 폐기 물량은 2125만개로 총 1275톤에 이른다. 30구짜리 계란이 총 70만8412판 쌓여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1월 수입 계란을 들여온 이래로 총 56차례에 거쳐 직배 업체를 모집했지만 재고를 소진하지 못했다. 이후에도 ‘유통기한 임박 수입 신선란 긴급 직배’라는 이름으로 지난 10월 한 달에만 6차례 거친 공고 올렸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aT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계란값 안정을 위해 무관세로 수입계란은 총 3억8000만개다. 폐기 물량은 총 수입량의 5.6% 가량을 차지한다.

 

유통업계와 양계농가들은 이같은 상황이 예견될 수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소비자들은 수입란을 선호하지 않을뿐더러 해외에서 유통되다 보니 신선도나 안전성 면에서 다소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내 한 유통업 관계자는 “수입 초반에는 일부 마트 등에서 판매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유통업자들이나 소비자들의 선호도는 큰 편이 아니다”라며 “소비자 정서상 국내는 백란보다는 갈색란이 더 우세하다. 유통업자들도 국내에서 자급할 능력이 되는데 수입산을 선호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폐기 용역 예산은 총 4억8450만원이 소요되는데, 이를 바라보는 농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당시 정부는 수급 대책 차원에서 기본 관세율이 8~30%인 신선란 등에 대해 긴급할당관세 0%를 적용했는데, 여기에 또 폐기 예산까지 투입하다 보니 혈세 낭비가 이중으로 이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천의 한 양계 농가는 “농림부가 2020년과 2021년 AI가 확산되면서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명목으로 발생 농장 3km 이내 기준을 적용헀으니, 당연히 산란계가 다 죽임을 당했고 공급량이 주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한 기준을 적용해 계란값을 올려놨으면서, 수입산 계란을 대거 들여오고 다 팔지도 못하고 또 예산을 투입한다. 물가는 시장 질서에 맡기고, 정부는 국내 농민을 보호하는 정책을 펴야 했는데 제 역할을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양계업계는 정부가 계란 수급 정책으로 소비자의 물가 안정에만 신경을 쓸 뿐 예방적 살처분으로 아비규환 상태에 놓인 농가의 어려움은 외면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살처분 당시 재입식 지원도 부족한 상황에서 수입계란에는 무관세에 항공료까지 상당한 지원이 이뤄졌는데, 여기에 또 폐기 비용까지 든다 하니 비판이 나올수 밖에 없다. 실제 물가를 잡는다고 했지만, 물량 자체도 미미한 수준이었다”라고 말했다.

 

aT 관계자는 “지난해 워낙 계란가격이 높게 형성 되다보니 물가 안정을 위한 조치였다. 유통기한이 만료된 수입란은 규정에 따라 폐기 절차를 밟는다”라며 “올해는 수입 신선란 수입 계획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박해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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