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의 명운이 걸린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일부 정치인들의 뜬금없는 '정치 공학'에 흔들리고 있다. 최근 정부 일부 인사와 정치권에서 제기된 '반도체 공장 호남 이전론'은 국가 전략 사업의 본질을 흐리고 기업의 투자 의지를 꺾는 위험한 발언이다. 2019년에 시작해서 수 많은 행정적 절차와 사법적 판단까지 마치고 이미 착공에 들어간 국가 전략 자산을 지방선거를 염두해 둔 정치적 수사(修辭)로 흔드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다.
안타깝게도 이 저열한 논란의 시작은 주무 부처 장관인 김성환 기후에너지부 장관의 발언이다. 김 장관은 2025년 12월 26일 방송에서 “용인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입주하면 그 두 기업이 쓸 전기의 총량이 원전 15기 15GW 수준이라 꼭 거기에 있어야 할지” 의문이 된다며 “지금이라도 지역으로, 전기가 많은 쪽으로 옮겨야 되는 건 아닌지 고민이 있다”고 밝혔다. 국가 전략 사업을 성공시켜야 하는 담당 장관의 발언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충격적 발언이었다.
이 발언이 있기 3주 전에 김 장관은 용인 산단에 2조 2천억 원을 투입해 대규모 용수 공급 시설을 짓겠다는 '국가수도기본계획 부분 변경'을 결정한 바 있어 그의 발언은 정부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허무는 결과를 초래했다. 산업계와 시장, 정치권은 혼란에 빠졌다. 그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곧바로 '호남 이전설'이나 '새만금 이전론'으로 불이 붙었다. 82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되고 수백 만 명의 고용 창출이 기대되는 국가적 프로젝트를 주무 부처 장관이 앞장서서 흔드는 행태는 무책임의 극치다.
반도체 산업은 적기 생산(Time-to-Market)이 생명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용인을 택한 것은 단순히 땅값이 싸서가 아니다. 수도권의 우수한 인재 확보, 기존 소부장 기업들과의 유기적인 생태계 구축, 전후방 산업의 집적 효과를 고려한 경제적 계산의 결과다. 이재명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업은 돈이 되면 부모가 말려도 한다"며 경제 논리와 기업 자율성을 강조한 것은 바로 이 점을 꿰뚫어 본 것이다.
물론 15GW에 달하는 막대한 전력 수급 문제는 실체적인 위협이다. 하지만 전력이 부족하면 전력을 보낼 '길'을 닦는 것이 정부의 본분이다. 정부가 마치 책임없는 제3자처럼 아무말이나 툭툭 던져서는 안된다. 일부 지역의 국회의원들도 무책임한 발언을 삼가야 한다. 전력이 부족하니 공장을 옮기라는 주장은 도로가 막히니 목적지를 바꾸라는 식의 본말전도(本末顚倒)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한국전력과 손잡고 도로 하부에 전력망을 지하 매설하는 '지능형 인프라 모델'을 제시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문가들은 이 모델이 공기단축·조기가동에 따른 경제효과, 토지 및 민원비용의 획기적 절감으로 얻게 될 경제적 효과 또한 매우 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치적 수사(修辭)가 아닌 행정적 해법으로 난관을 돌파하려는 이런 실용적 접근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다.
정치권은 더 이상 '수도권 대 지방'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으로 반도체를 바라봐선 안 된다. 용인을 허브로 삼고 후공정과 패키징 등 연관 산업을 지방으로 확산시키는 'K-반도체 벨트'를 구상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다. 이제는 소모적인 이전 논란을 끝내고, 대한민국이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원팀'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정부도 흔들림 없는 정책 추진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는 7년 전부터 추진해 온 장기 프로젝트다. 수년 전에 국가전력기본계획과 국가수도기본계획에 반영되어 올 해 착공에 들어간 국가 전략 사업이다.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 여부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 정치 논리가 산업의 발목을 잡는 우(愚)를 더 이상 범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소모적인 이전 논란을 종식하고, 'K-반도체'가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온 국력을 집중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