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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같은 의학 실험실

신 영규 (명문소아과의원 대표원장)

요즘 ‘의료의 산업화’가 중요하다며 의료서비스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의료를 소비가 아닌 생산으로 발상 전환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그 방향이 뭔가 잘못되어 가는 것 같아 불안하다.
지난 10일 재정경제부는 인천 경제자유구역에 주식회사식 병원을 만들도록 허용하겠다는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아예 전국 병원의 영리법인화 추진을 담당할 정책팀을 가동하고 있고, 기업도시, 지역특구 내에서도 병원 영리법인화 허용이 추진되고 있다. 의료의 산업화란 기치아래 눈부신 정책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의료 생산을 산업화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만을 산업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의료생산 기반이 부실한 우리나라 의료를 산업화한다는 명분이지만 외국에서 생산한 의료상품을 손쉽게 들여와 결과적으로 그들의 잔치만 벌이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것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의료분야에서도 기초에 충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초래된 현상일 터이다.
재삼 강조할 필요가 없는 기초분야의 중요성과 관련, 필자를 매우 초라하고 왜소하게 만들었던 경험이 있다.
6년 전 필자가 미국의 콜로라도의과대학 교환교수 시절 당시 의과대학 건물이 8층짜리 낡은 건물이었는데 각 학과별 실험실이 건물 전체를 차지하고 있어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규모가 너무 커서 학교라기보다 상품을 생산해내는 공장처럼 보였고 각종 실험기계들이 곳곳에 모여 있는데다 실험실이 너무 넓어 끝을 알 수 없었다. 실험기계들과 냉동고 돌아가는 소리가 공장처럼 요란했고 실험기구를 닦는 소독실에서는 뜨거운 열기로 세탁공장에 온 느낌을 주었다. 또한 실험 장비를 여러 과에서 공동으로 사용해 실험기계가 다른 곳 어디에 있는지 알려놓아서 빌릴수 있게 했다.
이런 시설과 시스템을 보면서 바로 ‘의학실험 공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곳이 미국 내 의과대학에서 15-20위 정도의 시설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미국의 저력은 바로 이런 곳에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빼곡히 실험기구가 차있는 방마다 많은 연구원들이 열심히 일하던 기억도 선명하다.
이곳에서 나온 실험결과들이 약이나 의료 상품이 되어 전 세계로 수출되는데 이런 산업시설이 취약한 우리는 약품이나 의료기계들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의료의 산업화란 기치 아래 현재 진행 중인 외국계 병원 수입과 영리병원의 설립은 마치 몇 년 전에 서둘러 경기를 부양하려다 결국 신용불량자만을 양산했던 신용카드 정책처럼 가난한 우리 환자들에게 또 하나의 신용불량상태를 더해주는 일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요즘 ‘이공계를 키워야한다’는 말이 무성하다. 이공계의 한가운데에는 ‘의료실험산업’, 요즘 유행어로 ?생명공학?이 있다. 번지르르한 치장거리로 말하는 생명공학이 아니라 기초부터 제대로 다져 생명공학에 투자하는 나라가 되어야 생산부터 소비까지 잘 갖춘 충실한 의료 산업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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