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조치로 제20대 대통령 선거운동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유권자들과 직접 만나 친밀감을 형성하던 대면 방식의 선거운동은 최대한 자제하고, 방역수칙 준수를 위해 물리적 접촉을 최소화하는 비대면 선거운동이 증가하고 있다.
여야 대선후보들은 유세차량에 인공지능(AI)을 탑재해 공약을 소개하고, 자동차를 타고 온 지지자들에게 연설하는 ‘드라이브인 유세’, 공약을 직접 전달하는 ‘배달 유세’ 등 선거운동도 디지털로 전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21대 총선에서부터 대면 선거운동이 줄어들고 있고,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시대 전환이 더해져 선거운동 패러다임은 계속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별 맞춤형 공약 설명’…AI 이재명·윤석열 탑재한 유세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는 유세차량에 고속 무선네트워크와 위치정보시스템(GPS)를 설치해 이 후보의 유세 현장과 유세 전후 모습을 동영상으로 생중계하고 있다.
이 후보 측은 전국 226개 지자체 유세차량에 ‘AI 이재명’도 탑재했다. AI로 등장하는 이 후보가 지역의 각기 다른 공약을 각 지역에 맞게 설명하는 홍보 방식이다.
드라이브인 유세도 추진될 계획이다. 야외에서 자동차를 타고 온 지지자들을 모야 유세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감염을 피한 비대면 유세 방식으로 앞서 지난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실행해 화제를 모았다.
아울러 이 후보 측은 유튜브,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기존 온라인 홍보도 강화하는 한편 지난해 말 개설한 ‘이재명플러스’ 앱을 통해 유권자와 소통을 늘려가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캠프 역시 대규모 인원 동원 방식에서 벗어나 국민 참여를 유도하는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윤 후보 측은 코로나19로 생활 일부가 된 배달 문화를 유세의 메인 도구로 착안했다. 윤 후보의 정책과 약속을 국민에게 배달하는 ‘배달의 유세’가 그것이다. 배달의 유세는 유권자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윤 후보의 유세를 실시간 시청하고, 연설원으로 현장 참여가 가능하다.
윤 후보 측 역시 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총 300대의 유세차량에 ‘AI 윤석열’을 탑재해 지역 맞춤형 공약을 소개하고,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 유세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윤 후보 측은 SNS를 통한 선거운동을 강화하는 동시에 오는 22일 22시(오후 10시)에 ‘2게더(투게더) 캠페인’을 진행한다. 윤 후보의 기호를 연상하는 이미지 등을 SNS, 개인메신저, 휴대폰 배경화면에 게시하는 방식이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 캠프는 ‘불평등·기후위기·차별(불기차) 유세단’을 꾸려 호남에서부터 핵심 지지층을 공략하는 선거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심 후보 측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유권자들이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만큼 전국 유세차량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현장 상황을 중계하거나 시민 발언을 SNS 라이브로 공유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캠프는 비대면 선거운동으로 유튜브 등 SNS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안 후보 측은 공식 채널들을 통해 ‘찰스 패밀리’, ‘안철수의 쌩쇼’, ‘철수마켓’, ‘핵심만 콕 박사 안철수의 철책상’, ‘세상을 바꾸는 미래 클래스’ 등 관련 콘텐츠들을 지속적으로 게시하고 있다.

◇‘코로나19‧4차 산업혁명’…전문가 “선거운동 패러다임 크게 변화”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 등의 영향으로 대면만 고집하던 선거운동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시장 방문해서 악수를 하는 등 유권자와 직접 만나는 선거운동은 앞으로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AI 정치가 세계적인 흐름으로 떠오르는 만큼 선거운동 전략도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앞으로 다양한 비대면 선거 전략이 개발‧확대될 것”이라며 “후보들이 비대면 선거운동을 활발히 진행하는 것은 이번 대선의 핵심인 2030 중도층을 잡기 위한 시대적 흐름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상경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기존 선거운동은 대면‧접촉을 전제로 금전을 활용한 집단 동원, 조직적인 힘을 과시하는 주류 정당의 선거 전략이었다”며 “이처럼 고비용‧저효율적인 선거운동 방식은 선거에서 부작용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영향으로 21대 총선, 민주당 대표 경선 등에서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을 경험하며 주류 정당은 저비용‧고효율적인 구조 개선을 체험했다”며 “이로 인해 옛 방식의 선거운동인 정치적 동원이 사라질 가능이 크다”고 내다봤다.
[ 경기신문 = 김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