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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일의 오지랖] 쿠베르탱 남작은 알았을까?

 

말 많고 탈 많은 2022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끝났다. 이번 동계올림픽은 91개국이 7개 종목에 출전하였다. 이는 2021년 도쿄 하계 올림픽에 참가했던 46개 종목의 205개 국가에 비하면 반쪽짜리 축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의 정신은 고스란히 유효하기 때문에 세계인의 체육행사로써 인정받고 있는 것이리라.

 

주지하듯이, 근대올림픽은 1896년 4월 쿠베르탱 남작과 14명의 올림픽 위원회 위원들의 노력의 결실이었다. 그리스를 정복한 로마에 의해 서기 393년까지 중단되었던 올림픽은 1500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비로소 다시 시작되었다. 쿠베르탱과 뜻을 같이 하는 동료들은 올림픽을 통해 ‘세계평화를 실현하겠다는 이상’을 이룩하고자 하였다. 이와 같이 스포츠를 통한 평화와 공존은 올림픽의 중요한 목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몇 가지 역사적 사례를 살펴보면, 먼저, 게르만족의 우수성을 선전하기 위해 1936년 베를린에서 열렸던 11회 하계 올림픽을 꼽을 수 있다. 히틀러는 게르만족과 나치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한 장으로써 올림픽을 이용했다. 베를린 올림픽은 히틀러의 의도대로 독일이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나치가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독일인을 제외하면 없었다. 더 가까운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1980년 모스크바에서 열렸던 22회 올림픽은 올림픽이 이념 대결의 장(場)이 되어버림으로써 반쪽짜리 축제로 전락해 버렸기 때문이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항의하기 위해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우방국이 올림픽을 보이콧하는 바람에 80개 나라만 참여하였다. 이어 1984년 미국의 L.A에서 개최된 23회 올림픽은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동구권 국가들이 보이콧을 함으로써 또다시 반쪽짜리 올림픽이 되고 말았다.

 

이처럼 근대 올림픽은 간혹 원래의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이용되기도 하였는데,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미국과 영국 등의 서방국가들은 중국 내 인권 상황에 대한 문제 제기 차원에서 정부의 공식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경기 운영도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쇼트트랙 경기에서 중국이 자국 선수에게 메달을 안기기 위해 자행한 이상한 판정은 아마도 올림픽 역사에 두고두고 어두운 역사로 회자될 것이 분명하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대한민국의 젊은 선수들이 대견할 뿐이었다. 러시아 올림픽 선수단의 이해할 수 없는 도핑 파문도 이번 동계 올림픽을 수치스럽게 만들었다. 16살 밖에 안 된 선수에게 약물 복용을 시켰다는 합리적 의구심을 갖게 만들면서 TV 중계진이 아무런 멘트를 하지 않았던 피겨스케이팅 종목은 베이징 올림픽의 위상을 더 추락시키고 말았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쿠베르탱 남작이 이를 본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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