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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운동화 신은 뇌

 

초등교사라는 직업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를 꼽는다면, 교육 활동으로 상상했던 거의 모든 일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에서 미리 정한 각 교과의 시수를 크게 해치지 않는다면 자유롭게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초등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광범위한 것도 다양한 활동을 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장점 덕분에 어떤 선생님은 교실에서 아이들이 세금을 내며 금융 지식을 익히는 교육에 포커스를 맞출 수 있고, 또 다른 선생님은 성인지 교육을 학급 특색으로 많은 시간을 들여 가르치는 게 가능하다.

 

올해 우리 반의 학급 특색을 꼽으라면 ‘신체 활동’을 들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간단하게 계획했던 내용인데 지난달 교육청에 프로젝트 수업 예산을 신청하면서 구체적인 윤곽이 잡혔다. 머릿속에서 파편적으로 떠돌던 교육 내용들을 사업 지원서에 구체화시키면서 오래간만에 재미를 느꼈다. 물론 활동을 계획할 때보다 구상했던 것들이 교실에서 잘 실현될 때 더 즐겁고 신이 난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운동화 신은 뇌’이다. 1교시 전 아침 활동 시간과 스포츠클럽 활동 시간, 체육 시간 등을 활용해서 매일 신체 활동을 하는 게 목표다. 1차시 이상의 신체 활동을 진행하면서 최대 심박 수를 180 이상 끌어올리는 게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심박 수가 180 이상이 되면 뇌의 뉴런이 활성화되면서 새로운 내용을 학습하기에 적당한 뇌가 된다. 심박수를 올리려면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움직여야 하는데 겉으로 살살 뛰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친구들의 ‘최선’과 ‘열심히’를 스마트 밴드로 포착할 수 있다.

 

아이들의 대다수는 체육에 호의적이지만 체육 시간이 괴로운 친구들을 위해서도 스마트 밴드가 필요하다. 기존 체육 수업이 경기 결과의 승패와 측정된 운동 능력의 기록을 바탕으로 평가했다면, 프로젝트에서는 학생들의 심박수와 걸음수가 평가에 합산된다. 예컨대 축구형 게임 수업에서 경기 결과가 2:0으로 끝났다면 이긴 팀에서 포인트를 1점 획득한다. 그리고 각 팀의 최대 심박수를 합산해서 숫자가 더 높은 팀이 1포인트를 가져가고, 여기서 승패가 가려지지 않으면 팀원들의 걸음수로 최종 승패를 가린다. 체육 기술이 부족한 친구들도 더 많이 뛰는 걸로 팀 승리에 이바지할 수 있다.

 

프로젝트 내용을 주변 교사들에게 말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이 체육을 하고 교실에 돌아오면 피곤해하며 조는 경우가 많았고, 체육 다음 시간은 학생들이 산만해져서 수업에 지장을 줄 정도였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심 어린 조언이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체육을 마치고 끝나고 아이들이 졸았던 건 기초체력이 부족해서거나, 밤에 늦게까지 잠들지 않았을 확률이 높고, 체육이 끝나고 산만해진다면 산만함이 필요한 창의적인 수업을 바로 다음시간에 넣어둔다면 크게 문제가 없을 듯하다.

 

차라리 오미크론이 빠르게 퍼지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단체로 신체 활동을 하기에 시기상조라는 의견은 일리가 있었다. 주변에 코로나 확진자가 없으면 친구가 없는 것이라는 말이 맞을 정도로 확진자가 쏟아지고, 아이들이 일주일에 두 번씩 자가진단키트 검사를 하는 데 1년 동안 교실에서 확진자가 없기를 기대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아이들을 교실 책상에 묶어놓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슬슬 정부에서 엔데믹을 계획하는데 교실에서도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준비가 필요하다. 3월 14일 이후부터는 교실에서 확진자가 나와도 교실 안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학생들은 PCR 검사 후에 등교가 가능하다. 이전에는 PCR 검사를 받아도 7일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방역을 철저하게 하면서 체육 활동을 많이 한다는게 어불성설일지 모르지만 올해는 어불성설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부디 내년에 웃으면서 올해를 추억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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