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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배의 공동선(共同善)] 이재명을 위한 변명

 

 

20대 대통령 선거는 결과가 비록 실망스럽지만 촛불혁명 과정에서 몇 가지 의미있는 역사적 성과를 남겼다. 촛불혁명 연장선에서 대선을 만났던 필자는 개표 결과를 통해 두 가지의 소중한 의미를 도출해낼 수 있었다.

 

첫째는 역사는 결코 직진하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이다. 우회하다가 역류하고 정체하기도 하지만 마침내 강을 이루어 바다에 이르는 물과 같은 것이다.

 

민주개혁세력이 아직은 주류인 구(舊)체제를 뒤엎을 만한 압도적 파워를 갖추진 못했지만, 이번 개표 결과를 보면 앞으로는 역사의 물줄기를 얼마든지 우리 혼자 힘만으로 바꿀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생겨났다. 강고한 주류에 박빙의 차로 패배했지만 비주류 이재명이 이룩해낸 성과는 실로 놀라운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 정부의 몇가지 치명적 실정에 불리한 선거구도, 언론의 편파보도 총공세, 편향된 검찰 수사 등 겹겹의 벽을 뚫고 대등한 지지표를 얻어낸 것은 값진 성과이다. 더욱 주목할 것은 김대중-노무현 때와 달리 보수와의 연합을 통한 세 불리기도 전혀 하지 않고 독자 후보로 나서 이런 희망적 결과를 일궈냈다는 사실이다. 이는 민주진영의 5년 후 재집권 전망을 분명 밝게 해준다.

 

둘째, 원래 평화와 민주주의는 그 자체로 매우 취약해 평소 세심한 대중의 참여가 동반돼야 함을 깊이 일깨웠다. 조직화된 시민의 단결된 힘이 함께하지 않을 경우 금세 시들고 말 수 있음을 깨닫게 했다. 선거 때 임박해서야 주변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그쳐선 역부족일 수 있다. 우리 공동체는 평화와 민주주의, 불평등 해소 등의 산적한 의제를 안고 있지만 제도권에서 그 심각성을 경고하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신자유주의의 높은 파고(波高) 때문에 진리를 추구하는 대학도, 공정한 언론도 모두 사라져 버린 탓이다. 조직화된 시민세력만이, 주변과 상시 소통을 통해 사람들을 무책임한 선동으로부터 보호할 유일한 세력으로 남은 것이다. 불과 24만여 표차 패배는 좀 더 노력을 기울여 13만 표를 더 가져왔더라면 뒤집힐 수도 있었다는 뜻 아닌가?

 

이재명 낙선에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지독한 가난 때문에 중학교도 못가고 부모와 일곱 형제를 위해 각자 밥벌이를 해야 했던 소년공의 비참했던 삶을 떠올리면 더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그는 과거의 간난신고를 되레 이웃에 대한 따뜻한 인간애와 올바른 관점을 키운 것으로 반전시킨 인간승리의 주인공이다. 또한 적폐 주류를 극복하려는 치열한 의지와 뜨거운 열정에 뛰어난 능력까지 고루 갖춘, 비주류 민중을 대표하는 촛불혁명의 자랑스러운 자산이자 상징이다.

 

이재명은 가난에 찌들지 않고 극복하여 큰 성취를 한 인물이다. 주어진 역경을 극복해낸 그만이 지닌 이 소중한 경험은 높이 평가돼야 한다. 그가 다음 선거에 승리할 것이며 촛불세력이 이 사회의 주류가 되는 세상이 곧 올 것임을 확신한다. 낙선에 실망하지 않는 까닭이다. 민중의 큰 자산은 공동체가 잘 지켜내야 한다. 역사의 시간에서 5년은 그리 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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