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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치아' 주역 박기천 나승서 서정학

"한국 데뷔무대, 기대해주세요"
국내외 음악인들이 한국의 클래식 음악 수준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은 찬사를 늘어놓는 분야가 바로 성악이다.
지휘자 정명훈은 "우리가 해외에서 가장 가능성있는 장르는 성악"이라고 여러 번 강조한 바 있고, 지난해 내한했던 한 이탈리아 지휘자는 "본고장에서도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오페라를 한국의 성악도들이 살려주고 있어 감사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럽 곳곳에서 열리는 각종 성악 콩쿠르에는 한국인이 입상하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 국내엔 활약상이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처럼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는 한국의 젊은 성악가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예술의전당이 2004-2005 시즌 첫 오페라로 막을 올리는 도이체 오퍼 베를린 프로덕션의 도니체티 작품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는 바로 이런 '숨은 보석'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되는 무대다.
'에드가르도' 역으로 출연하는 테너 박기천 나승서, '엔리코' 역을 맡은 바리톤 서정학이 그 주인공.
각자 독일(박기천), 이탈리아(나승서), 미국(서정학)에서 현재 10-20년째 활동중인 중견들이지만, 정작 고국에서의 오페라는 모두 이번이 사실상의 데뷔무대나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공연하기는 10년만이네요. 고국의 품에 안겨 노래하게 돼 훨씬 감동적일 것같습니다"(박기천)
"한국 무대엔 처음 섭니다. 욕심 부리지 않고 이탈리아에서 했던 것만큼만 했으면 합니다"(나승서)
"한국 관객들은 저희가 낯설겠지만 그래도 밖에선 제법 한다는 소릴 듣거든요(웃음). 열심히 하겠습니다"(서정학)
이들 셋은 예술의전당이 97년부터 줄곧 공연제의를 해오며 섭외에 공을 들여온 인물들. 그동안 일정이 맞지 않아 공연을 하지 못하다 이번에 공교롭게도 세 사람이 한꺼번에 한 무대에 서게 됐다.
셋중 최고참인 박기천은 대학 졸업 후 1982년 독일로 건너가 지금껏 20년 넘게 그곳에 살면서 활동하고 있다. 브레멘 국립극장, 만하임 국립극장, 슈투트가르트 국립극장, 라이프치히 국립극장 등에서 주역으로 노래했고, 현재 하노버 국립극장 전속가수로 활약중이다.
이탈리아에서 16년째 살고 있는 나승서는 토티 달-몬테 콩쿠르 1위, 베르디 콩쿠르 1위 등 유명 콩쿠르를 석권했으며, 2002년엔 프랑스 리옹 오페라 극장에서 로베르토 알라냐를 대신해 '에드가르도'로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또 서정학은 한국인 남자 성악가로서는 처음으로 97-98 시즌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 푸치니 '나비부인'으로 데뷔한 성악가. 현재 빈 국립극장 등 유럽 무대로까지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들은 오로지 조수미 홍혜경 신영옥 등 '스타'들에게만 쏠린 나머지 실력있는 한국 출신 신인들에겐 좀처럼 기회를 주지 않는 국내 공연계와 관객들을 향해 아쉬움을 표했다.
"독일만 봐도 현재 여러 극장에서 솔로이스트로 활동중인 한국 성악가가 30-40명에 이릅니다. 내년 3월엔 하노버에서 '팔리아치'를 공연하는데 주역 3명이 모두 한국인입니다. 현지 관객들이 '여기가 도쿄냐, 베이징이냐'할 정도죠. 이렇듯 활약상이 대단한데도 정작 한국에선 이들에 대해 너무 관심이 없어 안타까워요"(박기천)
"현재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 성악가들이 7천명 정도 됩니다. 그 많은 사람이 경쟁을 해야 하는 게 또 문제죠. 한국에서도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지만 문을 열어주지 않기 때문에 외국에서 집시가 되고 있는 겁니다"(나승서)
이렇듯 국내의 무관심과 실력만으로 평가받지 못하는 잘못된 공연계 관행, 닫혀있는 관객들의 '귀'가 젊은 성악가들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승서씨는 "한국인들이 노래를 잘 하는 이유가 아마도 이러한 현실에 대해 오기를 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며 웃었다.
국내 관객들과 후배 성악가들에 대한 따끔한 조언도 덧붙였다.
"제일 먼저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관객들이 제발 입장권을 직접 구입해서 공연장에 오시라는 거예요. 그게 성악가들을 살리는 길입니다. 또 후배들에겐 자기가 가진 소리가 좋다고 무대에 설 것이라는 미련한 생각을 버리고 외국 땅을 밟기 전에 먼저 그 나라 말을 완벽하게 익히라는 충고를 하고 싶습니다"(나승서)
이번 예술의전당 '루치아'는 도이체 오퍼 베를린에서 60년대부터 활약한 노장 필리포 산주스토가 1980년 첫 선을 보인 후 지금까지 공연되고 있는 프로덕션. '루치아' 역으로는 미국 출신 소프라노 로라 클레이콤과 김성은이 호흡을 맞춘다.
"우리 성악계는 앞으로 정말 세계적인 수준이 될 겁니다. 외국 극장들마다 한국인이 없으면 공연을 하기 힘든 상황이 올지도 몰라요. 한국 관객들도 조금만 더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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