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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게 익숙하고 편해”…수원시내 실외 마스크 해제 첫날 ‘불안하고 어색’

2일 버스정류장, 대학가 여전히 ‘마스크 착용 중’
일부 시민들 해방감…반면 ‘노마스크 불안함 어색’
“이제는 마스크 쓰는 게 익숙하고 불편하지도 않아”

 

“어차피 버스 탑승 때 마스크 해야 해서 그냥 쓰고 있는게 더 편해요.”

 

실외 마스크 해제 첫날인 2일 오전 8시 수원 장안구의 한 버스정류장. 출근과 등굣길에 오른 시민들이 마스크를 단단히 착용하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면서 마스크를 벗는 시민도 찾기 힘들었다. 이날 기자들이 만난 시민들 대다수가 버스정류장(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을 수 있지만 버스탑승(실내) 시 다시 써야 하기에, 벗고 쓰는 과정이 귀찮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경기대학교 4학년에 재학중인 이창헌(27)씨는 “곧 버스를 타야 하는데 (마스크를) 벗고 쓰기 귀찮다”며 “한강이나 공원 같은 곳에서 놀 때는 벗겠는데 버스정류장에서는 굳이 안 벗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역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하나같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종종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있다가 실내서 다시 쓰는 모습도 보였다.

 

수원고등학교 박은강(19)학생은 실외 마스크 해제를 반겼다. 그는 "일단 숨쉬기가 편해서 좋다. 시험보고와서 후련한테 날도 좋고 마스크도 안써서 좋다"며 "(마스크 안써도) 코로나에 걸릴것 같지는 않다"고 답했다.

 

 

대면 수업으로 활기를 되찾은 대학가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수원시 영통구에 소재한 아주대학교 교내 카페·식당·도서관·강의실 등 실외에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녔다. 

 

카페 테라스에서 과제를 하고 있던 미디어학과 김민지(23)씨는 “미세먼지가 많다고 해서 마스크를 썼는데 사실 아무 생각 없이 쓴 거다”며 “그동안 마스크를 계속 써와서 딱히 불편하진 않다”고 덤덤한 태도를 보였다. 김씨는 테라스에 홀로 앉아있었음에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반면 시원하게 마스크를 벗고 캠퍼스를 누비는 학생도 보였다. 

 

‘주변 눈치를 안 보는 성격’이라며 자신을 소개한 4학년 최주호(27·가명)씨는 “답답해서 벗었는데, 밖에 있을 때는 계속 안 쓸 생각이다”면서 “오며 가며 주위를 보니까 사람들이 마스크를 안 벗더라. SNS에도 눈치 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부터 (해제) 아닌가 싶었는데 그냥 눈치 안 보고 벗겠다”면서 “도서관이나 실내에 들어가서는 다시 쓸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날은 따뜻한 봄볕을 즐기기 위해 황구지천변(고색교~솔대교 일대)의 산책을 나온 시민들로 가득했다.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에서 산책하거나, 잠시 숨 돌리기 위해 일시적으로 마스크를 벗은 시민들은 해방감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권선구 구운동 주민이라고 밝힌 김모(43)씨는 “아직 사람이 많이 왕래하는 곳에서 마스크 없이 거리를 활보하는 게 불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원이 적고 개방된 곳에서 잠시나마 마스크 풀어보니 숨통이 좀 트인다”고 말했다.

 

실외 마스크 착용은 해제됐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점심식사 후 산책을 나온 권선구 오목천동 주민 고유진(가명·24)씨는 “코로나19가 아직 완전히 진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스크를 벗는 것은 자신도 불안하고 남에게 민폐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미세먼지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하기 위해 봄철에도 마스크를 항상 착용했고, 앞으로도 미세먼지가 심해지게 되면 마스크가 더 필요할 거 같다”고 마스크를 계속 착용할 것을 시사했다.

 

야외 활동 나온 인근 시립 어린이집 교사 김소라(가명·30)씨는 “오늘부터 마스크 실외 착용 의무가 해제돼 자유롭게 됐지만 아직 유행하는 코로나19에 아이들이 감염의 위험에 노출돼 있기에 교사 입장에서 조심스럽다”고 토로했다.

 

 

같은 시간, 화성행궁 앞에는 산책을 나온 시민 중에는 마스크를 벗고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시민들도 보였다. 

 

친구들과 산책 나온 김화인(70대) 할머니는 "날씨가 좋아 나왔다"면서 "친구들과 종종 행궁 주변을 걷는데 오늘부터 마스크 벗어도 된다고 해서 상쾌하고 좋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코로나도 감기처럼 됐는데 자질구레한 것 없이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반대 입장도 있었다. 화성행궁 데이트를 나온 50대 부부 장해영(가명)·김주희(가명)씨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자전거를 즐기고 있었다. 남편 장씨는 "아무리 넓은 공원에 나와 있다고 해도 여전히 기침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라며 "조심해서 나쁠 것 없으니 당분간은 (마스크를) 쓰고 다닐 것 같다"며 쓰고 있던 마스크 끈을 조였다.

 

 

정부가 566일(2020년 10월 13일 시작) 만에 마스크 해제를 선언했지만 이날은 예상과 다르게 대부분의 시민은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쉽게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마스크 착용은 개인 자율에 맡기면서 야외라도 밀착 공간에서는 착용을 권고했다.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 대책전문위원회는 “실외나 개방된 공간이라 할지라도 코로나19 감염 전파력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면서 “실외에서도 가급적 1m 정도의 물리적 공간을 확보해 전염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약자, 만성질환자 등 코로나19 고위험군은 감염원 노출을 최소화해야 하므로 실내뿐 아니라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며 “기침, 발열, 인후통 등의 의심 증상이 있는 경우에도 실외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김한별·강현수·임석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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