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10일로 전체 일정의 3분의 1을 소화한 가운데 여야가 정쟁에 매몰돼 국감 본연의 기능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론이 커지고 있다.
물론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책성 질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멱살잡이와 폭언 등 극한적인 감정대립이 사라지는 등 예전에 비해선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한건주의식 폭로, 고자세 질의, 피감기관의 불성실한 답변 등 과거 `국감무용론'을 불렀던 구태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많다.
◇ 막말.고자세 질의.불성실 답변
지난 4일 통일외교통상위의 통일부 국감에선 한나라당 의원들이 보고 부실을 이유로 개회 40분만에 한때 퇴장했다. 김문수 박계동 의원 등은 실.국장들의 업무보고가 늘어지자 "구태의연한 유신시절의 보고", "국회 모독" 등으로 힐난했고 `시정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들을 필요가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같은 날 국방부에 대한 국방위의 국정감사에선 보좌진 5~6명이 국방부 신청사 1층에 마련된 비서관 대기실에서 `내기 포커'를 하는 모습이 목격돼 군관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위의 정보통신부에 대한 국감에선 김영선(한나라당)의원이 자신의 질의내용을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정통부가 배포한 것을 알고는 "해명 자료를 배포한 사람이 누구야! 장관이 시켰어"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행자위의 홍미영(우리당) 의원은 6일 서울시 국감에서 감정을 자제하지 못한 채 이명박 시장에게 답변기회를 주지 않는 `속사포 질의'를 한 뒤 "대권을 꿈꾸는 시장에게 정치적 타격이 될 수 있다"는 등의 감사와 무관한 발언을 해 눈총을 샀다.
◇ 과장.부실.재탕 국감자료
보건복지위 소속인 유필우(우리당) 의원은 6일 성생활용품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정책자료집을 냈으나 관련 용품 사진만 나열했을 뿐 기초적인 국제유해성 기준과 부작용 사례를 밝히지 않아 `궁금증'만 유발시켰다.
역시 같은 복지위인 고경화(한나라당) 의원은 8일 `감기환자 항생제 처방률이 99%라니'라는 충격적인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으나, 실상은 고작 3개 의원을 대상으로 한 비율을 약 5만개인 전체 의료기관의 평균인 것처럼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자치위의 최규식(우리당) 의원은 5일 지난 3월 정치관계법 개정 이후 17대 국회의원 후보 모금 순위에서 한나라당 소속 후보가 상위 5걸에 4명이나 들었다는 내용의 자료를 배포해 한나라당으로부터 `자의적 통계'라는 지적을 받았다.
◇ 원인과 대책
정책국감을 통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여야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국감에서 구태가 반복되는 데 대해 정치권은 인력풀 제한 등 구조적인 한계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우선 초선의원이 전체 의석의 3분의 2를 넘는 상황에서 과거 관행에 젖은 의원 보좌진의 인적 교체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점이 문제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