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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패자 아닌 승자’…정치 신인 김은혜의 진심어린 모습

‘코리안 좀비’ 정찬성은 지난 4월 세계 최대 종합격투기 UFC 타이틀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경기가 끝난 직후 정찬성의 얼굴은 피범벅이 됐지만 정찬성은 상대 볼카노프스키의 경기력을 높게 평가했다.

 

챔피언인 볼카노프스키 역시 정찬성의 인터뷰 시간을 배려했고, 이후 두 사람은 포옹을 나누며 서로를 존중했다. 관객들 역시 이들에게 환호와 갈채를 보냈다.

 

6‧1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를 직접 취재하며 느낀 점은 “정치판도 UFC 경기와 별반 다르지 않구나”라는 생각으로 짙어졌다.

 

선거운동 초반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는 정책 대결이라는 명분으로 선거전을 시작했다. 그러나 후반으로 갈수록 두 후보는 상대를 헐뜯으며 거친 공격을 주고받았고, 각 후보의 상처는 깊어져만 갔다.

 

이들은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오차범위 내 초접전 양상을 보이며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승부를 벌였고, 결국 승부는 김동연 후보의 역전극으로 막을 내렸다.

 

김동연 후보와 김은혜 후보의 격차는 8913표에 불과했다. 도내 유권자 1149만7206명 중 582만631명이 투표에 참여한 만큼 사실상 ‘무승부’에 가까운 결과인 셈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선거에서는 단 1표 차이라도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 김은혜 후보는 불과 득표율 0.15%p 차이로 패배의 쓴 잔을 마셨다.

 

결과를 받아 든 김은혜 후보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의 행보는 패자가 아닌 승자의 행보를 방불케 했다. 보통 선거에서 패한 대부분의 후보들은 형식적인 인사를 건낸 뒤 바로 휴식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인데 김은혜 후보는 정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그는 ‘부족했습니다. 그러나 고맙습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도내 구석구석을 돌며 낙선인사를 했다. 또 김동연 당선인에게 진심을 담은 ‘당선 축하 난’을 보내기도 했다. 쓰린 속을 억지로 달래며 가식적으로 행동했다고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한 달 동안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봐온 기자의 시선에서는 진심어린 행동이었다.

 

김은혜 후보는 정치 신인이었지만 그 어떤 정치인보다 진심을 보여준 정치인이었고, 선거운동 내내 열정과 진심을 다해 도민들을 마주했다. 비록 선거에서는 졌지만 그의 행보를 보면서 대한민국 정치에 새 희망을 전달할 수 있는 정치인이 아직 우리 곁에 있다는 기대감이 생겨났다.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서로를 물어뜯는 정치가 아닌 오롯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보고 싶은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정치를 보다 건강하게 만들어 갈 수 있는 정치인, 김은혜의 향후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 경기신문 = 허수빈 기자 ]

 

※ 쉬운 우리말로 고쳤습니다.

 * 피켓(picket) → 팻말, 손 팻말

 

(원문) 그는 ‘부족했습니다. 그러나 고맙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도내 구석구석을 돌며 낙선인사를 했다.

(고쳐 쓴 문장) 그는 ‘부족했습니다. 그러나 고맙습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도내 구석구석을 돌며 낙선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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