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교육현장에서] 신도시 학교는 구도심 학교보다 학폭위가 많이 열린다

 

학교에 떠도는 풍문 중에 ‘신도시 학교는 구도심 학교보다 학교 폭력 위원회가 훨씬 자주 열린다’는 이야기가 있다. 유치원 시절부터 한곳에 살아서 학부모들끼리 안면이 있거나 아이들끼리 친분이 있는 경우라면 학교폭력 위원회까지 가지 않고 해결될 사안인데, 신도시에서는 이사 온 지 얼마 안 돼서 부모도 아이도 낯선 상태라 민감하게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신도시 학교와 구도심 학교의 학폭위 개최 건수를 통계로 확인하지 못해서 단순한 풍문인지 사실인지 모르지만, 교사들이 체감하는 횟수는 확실히 신도시 쪽이 많은 듯하다. 교사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 신도시에서 학폭 담당 업무를 몇 년 동안 연달아서 맡으면 과로사한다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나오는 걸 보면 그렇다.

 

새로운 곳에 와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낯설고 예민한 게 사실이라면 학교에서는 어떤 대책을 세울 수 있을까. 가장 손쉬운 방법은 학부모들끼리 안면이 생기게 학교에서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학부모들이 따로 모임을 하는 게 저학년까지는 쉬운 일이지만 아이가 고학년이 되면 학부모들도 시간을 내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점점 더 사적으로 연락하고 만나는 게 드문 일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학부모들 사이에 연결점을 만들려면 학교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

 

얼마 전에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반별로 보호자들과 함께하는 다모임을 열었다. 코로나로 몇 년 만에 만나는 학부모님들이라 걱정과 부담이 있었지만, 막상 다모임이 끝나고 나니 모임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로만 만나던 학부모님들을 실제로 만나니 친근함이 들었고 대화에 집중하다 보니 생각보다 다모임 시간이 빨리 지나가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어떤 반에서는 정해진 훌쩍 넘겨서 2시간 가까이 다모임을 진행한 곳도 있었다.

 

다모임은 아이들과 하는 것처럼 서클로 앉아서 한 사람씩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주제는 ‘아이를 키우면서 걱정되는 점’이었는데,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 대화가 풍성하게 이어질 수 있었다. 다들 아이를 키우면서 고민되거나 걱정되는 부분이 한 가지씩은 있었고 그걸 나누면서 서로가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갔다. 다음 모임을 기약하며 웃으며 헤어졌다.

 

학부모 다모임이라고 하면 부담을 느낄 수도 있지만, 한번 해보면 생각이 달라질 거라 확신한다. 교사 입장에서 다모임이 특히 좋았던 점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떠올릴 때 보편적으로 무엇이 제일 걱정되는지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학부모들이 서로서로 아는 사이가 되면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번지는 걸 막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다음 학부모 다모임의 주제가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몇 차례 진행되면 조금 더 깊이 있는 마음속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와 학부모가 어렵고 공손한 사이에서 머무르지 않고, 아이를 함께 키워나가는 협력 관계로 나아가는데 다모임이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학부모들도 다모임을 통해 낯선 사이가 아니라 이웃사촌이 된다면 아이들 관계 문제의 많은 부분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 이쯤 되면 다모임 전도사로 나서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