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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갑의 難讀日記(난독일기)] 새마을보다 느린 통일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 공항에 도착하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친히 맞이하였다. 김대중 대통령을 맞이하는 북녘 동포는 울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마주하는 남녘 동포는 TV앞에서 뭉클하였다. 이제 통일이 되는 건가. 이렇게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건가. 백날을 그리워하였던 사람들은 천날을 끌어안고 울어도 되는 건가. 손수건 꺼내 분단의 눈시울을 적실 수 있는 건가. 아, 백록담의 물을 퍼 담아 백두산 천지에 부을 수 있는 건가. 반도의 허리에 숨겨진 지뢰란 지뢰는 모두 무효일 수 있는 건가. 2000년 6월 15일, 남과 북은 이렇게 발표하였다.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염원하는 온 겨레의 숭고한 뜻에 따라 대한민국 김대중 대통령과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6월 13일부터 6월 15일까지 평양에서 역사적인 상봉을 하였으며 정상회담을 가졌다. 남·북 정상은 분단 이래 최초로 열린 정상 간 상봉과 회담이 남북화해 및 평화통일을 앞당기는 데 큰 의의를 갖는다고 하면서 선언문을 채택하였다. 선언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 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

 

②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③ 남과 북은 올해 8·15에 즈음하여 흩어진 가족, 친척 방문단을 교환하며 비전향 장기수 문제를 해결하는 등 인도적 문제를 조속히 풀어 나가기로 하였다.

 

④ 남과 북은 경제협력을 통하여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사회·문화·체육·보건·환경 등 제반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서로의 신뢰를 다져 나가기로 하였다.

 

⑤ 남과 북은 이상과 같은 합의사항을 조속히 실천에 옮기기 위하여 이른 시일 안에 당국 사이의 대화를 개최하기로 하였다.

 

선언문을 채택한 지 이십이 년이 지났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통일소 천 마리를 싣고 휴전선을 넘은 건 그보다 이년 전이다. 빤한 소리로, 강산이 바뀌어도 두 번은 너끈히 바뀌었을 시간이다. 새천년둥이가 청춘이 되고, 스무 살 약관이 불혹이 되었을 세월이다. 어쩌면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다. 우리시대의 아이들에게는 통일은 낡은 것이 되고 말았다. 어느 시인의 말마따나 ‘통일호’는 박정희 장군의 ‘새마을호’ 보다 느린 것이 되고 말았다. 하물며 느려터지다 못해 답답하기까지 한 ‘비둘기호’는 말해 무엇할까. 통일과 평화(비둘기)는 그리 잊혀야 할 후지고 촌스런 꼰대들의 전유물일까.

 

2022년 오늘,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는 남측에 있지만, 있어야 할 개성공단은 북측에 없다. 끌어안고 울어야 할 이산가족은 남과 북에 여전하지만, 우리시대의 아이들은 이산가족이 뭔지도 모른다. 혹시라도, 어느 학교 중간고사에 출제될지 모르니 암기하길 바란다. 2021년 현재 죽지 않고 살아있는 이산가족은 4만7577명이다. 노파심에 첨언하자면, 이산(離散)은 드라마 속 주인공 이산(정조 임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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