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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모두의 넷볼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여자, 남자 혼성으로 구기 종목을 하기 어려워진다. 신체 발달이 달라지면서 힘에서 여자아이들이 밀리고 치인다. 더 큰 어려움은 남자아이들은 초등학교 시절 내내 공으로 하는 운동을 접해서 발기술이나 손기술이 발달했는데, 여자아이들은 나이가 들수록 공과 점점 멀어져서 초등학교 입학했을 때와 비슷한 기능을 가진 채 고학년이 되었다는 것이다. 어떤 여학생이 피지컬이나 힘에서 남자아이들과 견주었을 때 밀리지 않는다 해도, 스스로 공 다루는 기술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경기 참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체육에 자신감이 떨어진 여자아이들이 공으로 하는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지 않게 되고, 교사조차 여학생들이 체육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초중고 여자 체육은 오로지 피구와 발야구에 머무르다 끝나는 상황이 벌어진다. 피구와 발야구로 점철된 학창시절이 막을 내리고 어른이 되면 보통의 여자들은 구기 종목과 완전히 멀어진 삶을 사는 게 일반적이다. 남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하고도 따로 운동팀을 만들어서 꾸준히 모임을 갖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렇다면 여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으면서 남학생들과 함께 뛸 수 있는 종목은 없는 걸까. 조금 생소하지만 넷볼이라는 종목이 있다. 넷볼을 간단히 설명하면 농구에서 뻗어 나온 스포츠이고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그 이상의 나이대에서 혼성으로 대등하게 경기할 수 있는 종목이다. 1890년대 영국의 여성들이 농구를 관람한 뒤 여자들도 즐길 수 있게 만든 종목이라 진행방식이 농구와 매우 흡사한데 규격, 규칙 등이 좀 더 여성 친화적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넷볼은 가장 큰 특징은 신체 접촉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수비할 때 90cm 이상 떨어져서 수비를 해야 하고 신체끼리 부딪치면 파울이 선언된다. 또, 드리블이 불가능하고 패스로만 진행된다. 그러다 보니 힘이나 체력에서 밀리는 여자친구들도 적극적으로 경기를 뛸 수 있고 패스를 잘 주고 받을 수 있으면 기술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경기에 이바지할 수 있다. 골을 넣을 수 있는 포지션이 정해져 있는 것도 특이점이다.

 

3월부터 6학년 아이들과 넷볼을 꾸준히 연습해오다가 학년 전체에서 팀을 8개로 만들어서 리그전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포지션마다 갈 수 있는 구역이 정해져 있고, 규칙이 복잡해 보여서인지 아이들이 많이 헤매는 모습을 보였지만 3개월 정도가 지나자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코트 위를 날아다녔다. 공에 손조차 못 대던 아이가 나중에는 슛을 성공시키기까지 했으니 크나큰 발전이었다.

 

넷볼을 통해 여자아이들이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과 더불어 리그 진행할 때 승점을 득점 스코어에 국한하지 않은 것도 잘한 선택이었다. 한 경기당 얻을 수 있는 승점은 3점이었다. 스코어 승패가 1점, 팀 심박수 평균이 1점, 팀 칼로리 평균이 1점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한번도 스코어에서 이기지 못한 팀이 리그 3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공 다루는 기술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동기부여가 확실히 됐다.

 

리그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아이들이 인터뷰 때 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보통 공놀이를 하면 주로 남자애들이 공을 잡고 여자애들에게 기회가 오지 않는데 넷볼은 여자아이들도 잘하고 같이 뛸 수 있어서 좋았다. 구기 종목의 즐거움을 처음으로 알려 준 스포츠다.”, “피구나 다른 종목은 잘하는 애들만 공을 만지는데 이건 다 같이 공을 만질 수 있다. 최고다!” 모두의 넷볼, 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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