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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영금의 시선] 전쟁의 기억법(2)

 

 

6·25전쟁의 그날이 오고 있다. 고요한 일요일의 평화를 깨었던 총성이 울린지도 반세기를 넘었다. 그럼에도 이 땅에는 아직도 평화가 오지 않았다. 거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은 예상과 다르게 장기화 되고 있다. 전쟁으로 파괴된 도시, 폭탄, 탱크, 피난민, 이러한 것은 국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를 지켜보는 나의 마음에는 기억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전쟁은 다시 반복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것은 꼭 무력으로 싸운 전쟁의 경험만이 아니다. 가볍게 시작하자면 북쪽의 고난의 행군시기인 1990년대의 이야기이다. 한두명도 아니고 무리지어 정든 고향을 떠난다는 것은 전쟁과 같은 상황이 아니면 일어날 수 없는 것이다.

 

6·25전쟁에 대해 2011년 개봉된 영화 '고지전'에서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싸우기 싫으면서 싸워야 했고, 살고 싶으면서도 맞서야 했던 것이 '고지전'이라 한다면, 북쪽 고향의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은 죽고 싶어도 가족을 위해 죽기내기로 살아내야 했다. 유일할 방법은 도강, 탈출하는 것이다. 6·25전쟁으로 분단이 되었고 그러므로 북쪽 사람들이 많이 남쪽으로 내려왔다. 피난민들이 많이 왔으므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우리 시댁, 우리 남편 쪽, 우리 친정 쪽 하면서, 북쪽과 인연이 되어 관심을 가지고 물어오게 된다.

 

어떻게 오셨어요?고 물으면 전쟁 같은 상황인 '고난의 행군' 시기를 평화롭게 답해주기가 어렵다. 전쟁 같은 상황을 평화롭게 기억하기가 어렵다. 아니면 어떻게 기억해야할지가 어지럽다. 망각해버리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아니면 새롭게 심는 것이다. 그러나 잊지도 않고 찾아오는 6월이 있어 잊을 수도 없다. 곰곰이 생각해본다. 어디부터 이야기하지. 언젠가 행사가 있어 고향 동료와 밤새워 이야기를 나눈 적 있다. 당시 상황을 물으면 동료는 그냥 헝~ 헝 소리만 내고 아무런 표현도 못했다. 나도 마찬가지로 적절한 묘사를 찾지 못했다. 동병상련을 느끼는 가엽은 친구는 그 뿐이 아니다.

 

기억도 전쟁이다. 거룩한 이름아래 순결을 잃은 사람들, 두만강, 매콩강에서 불귀가 된 사람들, 학대당한 사람들, 수십년을 숨죽여 사는 사람들 등 이름을 호명 할 수 있다면 6월의 붉은 장미가 떨어진들 무순 대수랴. 다음해 6월이면 다시 필 것을. 주변에는 아픈 사람이 참 많다. 모두 전쟁 같은 '고난의 행군'과 연관된 후유증이다. 그리고 그 치료법을 모른다. 전쟁의 기억법을 알고 있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어찌 일어나겠는가.

 

전쟁은 국가에 의해 일어나지만 개인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다.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고 내동이친다.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기억하려는 것이다. '고난의 행군'은 가족을 살리는 전쟁이었다. 삶의 터전을 잃고 새롭게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부모는 무엇이든지 희생을 해야 했다. 불속으로 뛰어드는 부나비가 아니라 강을 건너 엉겅퀴숲을 지나며 길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북한이탈주민은 경계의 가시울타리를 부여잡고 해마다 6월이면 피어나는 붉은 장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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