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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교사에겐 ‘교권 보호 조례’가 필요합니다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교권’을 찾아보면 ‘교사로서 지니는 권위나 권력’이 나온다. ‘보호하다’를 검색하니 첫 번째 뜻으로 ‘위험이나 곤란 따위가 미치지 아니하도록 잘 보살펴 돌보다’가 나온다. 교권 보호를 국어사전 뜻풀이대로 해석하면 ‘교사로서 지니는 권위나 권력을 위험이나 곤란 따위가 미치지 아니하도록 잘 보살펴 돌봄’이 된다. 권위나 권력을 잘 보살펴 돌본다는 게 어불성설이지만 교사들이 처한 상황 자체가 어불성설이라 권위를 보살펴야 하는 게 말이 되는 시대가 됐다.

 

교사가 아닌 사람들에게 교사들의 고충을 이야기하면 공감받기 어렵다. 힘들겠구나-라는 반응보다는 ‘라떼는 말이야’가 먼저 튀어나온다. 20년은 족히 넘었을 옛 시절의 이야기들. 그때는 학생들이 교무실 청소를 도맡아 하고, 체벌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던 시절이었다. 나 또한 교사들에게 종종 맞았고, 일정한 주기로 교무실과 화장실 청소를 했고, 학생은 중앙현관을 사용하지 못했던 시절에 학교를 다녔다.

 

그런 시절을 보내고 교사가 되었더니 이제 학생이 이틀에 한 번꼴로 교사에게 욕이나 폭언을 하고, 가끔은 때리는 게 당연한 일이 된 세상이 펼쳐져 있다. 교사가 폭언 및 폭행을 당해서 신고된 사안만 5년 동안 880건 정도인데 신고되지 않은 것까지 합치면 훨씬 더 많은 일이 있었을 거다. 교사가 학생을 때리는 건 9시 뉴스에 나올 정도로 희귀한 일이 되었는데 학생이 교사를 때리는 건 너무 흔해서 뉴스에서 다뤄주지 않는다. 이 정도면 교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말은 너무나 이치에 맞는다.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피해를 당했을 때 보호받을 수 있는 수단은 학교장이 열 수 있는 ‘교권보호 위원회’가 전부이다. 초등학생은 촉법소년에 해당해서 형사 사건에 해당하는 범죄 피해를 보더라도 따로 신고하거나 처벌할 방법이 없다. 학생에게 성희롱이나 인터넷 성범죄를 당해도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궁여지책으로 수업시간에 성폭력 예방 교육 같은 걸 넣는다. 그나마도 교권 보호 위원회가 열린다는 공고가 뜨면 학생이 빠르게 전학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땐 교사가 학생의 형식적인 반성이나 사과조차 듣지 못하고 끝난다.

 

현재 학교에서 교사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학생이 작정하고 수업을 방해하겠다고 나서면 제지할 수단이 없다. 아이가 난동을 부리면서 소리 지르고 욕을 해도 교사는 그저 멈추라고 차분하게 말하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교사가 학생을 교실 바깥으로 내보내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아이 몸에 손을 대는 순간 전부 아동학대로 간주된다. 아동학대는 범죄이기에 소송까지 갈 여지가 있고, 신고를 당하면 변호사를 선임해서 지난한 싸움을 해야 하기에 더욱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교사들이 사용하는 커뮤니티에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행동했는데 경찰에 신고를 당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교사들의 이야기가 종종 올라온다. 뭔가 행동을 하면 고소를 당하는데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면 조롱을 당한다. 최근 기사에 자주 등장했던 초등학생 A군이 교사에게 “교사라 때리지도 못할 거면서 왜 기강을 잡냐.”고 비아냥거렸던 게 완벽한 현실고증이다.

 

교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말은 단순히 교사만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교실에 함께 있는 다른 학생들을 보호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수업 시간에 소리 지르고 난동부리는 학생 한 명 때문에 같은 반에 있는 아이들 전체가 피해를 본다. 교사는 그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한 명의 학생 때문에 교사들이 느끼는 무력감, 다른 학생들이 받는 피해를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교사 보호 조례가 제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