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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후기] 시작 5분만에 ‘웃며들다’…뮤지컬 ‘웃는 남자’

2년 만에 3연으로 돌아와
다채로운 무대장치 가득
맞춤 옷 입은듯한 배우들
8월 2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뾰족한 나뭇가지가 얼기설기 얽힌 반원형의 무대.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붉은 반달 모양의 선은 마치 웃는 입 모양을 꼭 닮았다.

 

무대가 열리자 사람들이 분주히 배에 오르고, 그 와중에 한 아이가 버려진다. 입이 찢어진 흉측한 몰골을 한 아이의 이름은 ‘그윈플렌’.

 

갈 곳을 잃은 아이는 눈보라가 치는 숲속을 걷다 얼어 죽은 여인의 품에 안겨 있던 눈 먼 아기 ‘데아’를 발견한다.

 

데아를 안고 길을 헤매던 그윈플렌은 우연히 떠돌이 약장수 ‘우르수스’를 만나고, 우르수스는 ‘흉측한 괴물’과 ‘평생 별 볼일 없는 눈 먼’ 두 아이를 거둔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소재로 한 유랑 극단을 만든다.

 

2018년 초연 당시 최단 기간 누적 관객 10만 명 돌파, 그 해 ‘예그린뮤지컬어워드’, ‘한국뮤지컬어워즈’, ‘이데일리 문화대상’, 골든티켓어워즈’ 등 4개의 뮤지컬 시상식 작품상을 휩쓴 뮤지컬 ‘웃는 남자’가 삼연으로 돌아왔다.

 

웃는 남자는 ‘레미제라블’, ‘장발장’, ‘노트르담의 꼽추’ 등으로 잘 알려진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빅토르 위고는 스스로 “이 이상의 위대한 작품을 쓰지 못했다”고 평하며 웃는 남자를 최고의 걸작으로 꼽았다.

 

작품은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끔찍한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수한 인물인 그윈플렌의 여정을 담았다.

 

 

◇ 빈곤한 유랑극단과 대비되는 호화스러운 의회…극명한 대비

 

공연 시간 총 180분을 순식간에 사라지게 하는 건 이 뮤지컬의 능력. 여기엔 다채로운 무대 장치가 한몫 거든다.

 

그윈플렌에게 기이한 미소를 갖게 한 ‘콤프라치코스(아이들을 납치해 기형으로 만들어 귀족에게 팔던 조직)’ 일당들의 배가 난파당하는 장면은 공연 시작 5분 만에 관객들을 극으로 빨아들인다.

 

술에 취한 귀족에게 나쁜 일을 당할 뻔한 데아를 위로해주기 위해 유랑극단 단원들은 데아를 강가로 데려가는데, 야트막한 달이 뜬 강가는 실제로 물이 흐르고 앙상블은 그 위에서 군무를 선보인다.

 

그윈플렌이 신나서 방방 뛸 수 있을 정도의 거대한 침대, 여왕과 상임의원들이 의회는 사치스러워 보이는 장식들로 유랑극단과 대비돼 극심한 빈부 격차를 보여 준다.

 

특히, 눈길을 끄는 무대는 마지막 장면이다. 그윈플렌이 데아를 안고 흩날리는 여러 겹의 천위로 날아오르는 모습은, 힘겨웠던 갈등들을 벗어나 물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듯하다.

 

 

◇ 맞춤옷 입은 듯 제 역할 만난 배우들의 호연

 

벌써 세 번째 웃는 남자에 참여하는 박강현은 밝은 목소리와 울림 있는 노래로 순수하고 선한 그윈플렌을 그려낸다.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졌다”며 패기 넘치게 말하면서, 자신의 찢었진 입을 보고도 구애하는 귀족에게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언제나 웃을 수밖에 없는 광대이지만 의회에서 가난한 자들을 보라며 부르는 ‘그 눈을 떠’는 그 누구보다 단단한 소리로 관객들의 박수를 이끌어 낸다.

 

우르수스 역의 민영기는 ‘우르수스가 정말 약장수였구나’하는 생각이 들만큼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친다.

 

유랑극단의 공연 전 “나 박수 없어서 갈래, 요즘 소리도 낼 수 있다며”라는 한 마디에 관객들은 박수갈채와 함성을 쏟아낸다. 웃는 남자가 아닌 유랑극단의 공연을 보러 온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다.

 

이번 작품으로 뮤지컬 첫 주연을 맡은 데아 역의 유소리도 빼놓을 수 없다. 청아한 음색과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가녀린 모습이 심장 약한 데아 그 자체이다. 지켜주고 싶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게 한다.

 

뮤지컬 웃는 남자는 8월 22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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