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국내의 모든 공립학교에서 이슬람 교도 여학생의 헤자브(스카프) 착용을 금지하는 법령을 시행한지 보름이 지났다. 이라크 과격파의 무장조직은 프랑스 기자를 인질로 잡는 등 헤자브 착용금지법 철폐를 요구했지만 프랑스는 단호히 거절하고 신법 시행을 강행했다. 이 법은 종교적 이상이나 표장(標章)을 공립학교에서 착용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으로, 헤자브 뿐아니라 유태교 모자나 크리스트교의 커다란 십자가 등도 그지 대상이 되는데 프랑스에는 이 법에 해당하는 학생이 무려 1천 200만명이나 된다. 프랑스 정부가 무장세력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이 법을 시행한 것은 국가 가치관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정교(政敎)분리 원칙에 따른 것이다.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위협과도 타협할 수 없다는 것이 프랑스의 가치관이고, 철학이다. 문제는 과격파의 무장세력의 하나인 이른 바 '이라크 이슬람군'이 프랑스의 전횡을 그냥 두고만 볼 것인가에 있다. 아마도 무장조직은 인질작전을 강화하든지 경우에 따라서는 인질을 살해하는 극악무도한 짓도 서슴치 않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프랑스는 프랑스 다운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프랑스는 미국·영국과 달리 이라크에 참전하지 않았다. 때문에 반전을 주장하는 국민들로부터 호감을 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뿐아니라 팔래스타인 분쟁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팔래스타인을 지지 한데다 알제리아 등의 구식민지와 레바논 등과도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서 이슬람 제국과의 관계는 좋은 편이다. 실제로 팔래스타인 자치정부의 아라파트 의장이나 리비아의 가다피 최고 지도자는 "프랑스는 아랍 제국의 친구"라고 말할만큼 친불적(親佛的)이다. 아무튼 프랑스 공립학교에서 헤자브는 사라졌다. 헤자브를 벗어 던질 수밖에 없었던 여학생들은 다소 난감했겠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라"하였으니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심으로는 거추장 스러운 헤자브로부터의 해방을 구가했을지 모른다. 프랑스의 원칙과 단호함이 부럽다. 이창식/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