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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휘의 시시비비] ‘도어스테핑’은 진일보(進一步)다

  • 안휘
  • 등록 2022.07.20 06:00:00
  • 13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임자들과 비교해 미디어에 비우호적이라는 평가를 받지요. 최근에는 마음에 안 드는 질문을 해대는 기자를 공박하다가 말썽이 나기도 했어요. 언론을 매개로 하는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 접촉은 대단히 활발해요. 인터뷰뿐만 아니라 심야 토크쇼에 출연해 장기자랑까지 하지요. 공식 기자회견에다 미디어 스테이크아웃(Media Stakeouts), 미디어 풀스프레이(Media Pool Spray)라고 하는 약식회견을 수시로 갖는답니다.

 

일본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하는 도어스테핑(Doorstepping) 비슷한 관행이 있어요. ‘부라사가리’(매달린다는 뜻의 동사 부라사가루에서 파생)라고 부르는 일상적 약식 기자회견인데요, 2001년 취임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때부터 계속했다니 역사가 좀 됐지요? 언론기피형인 아베 전 총리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 등도 매달 10여 차례 응하며 이 관행을 이어왔대요.

 

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도입한 도어스테핑 관행을 놓고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군요. 특유의 직설화법에다가 초보 정치인으로서의 미숙함 등이 빚어내는 이런저런 논란 때문에 대통령실에선 여간 고민이 아닐 거예요. 이것저것 꼼꼼히 따지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날 것 그대로’ 스타일의 언행이 기성정치권이나 국민에게는 아직 낯설 수밖에 없을 거예요.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을 두고 ‘일일일실언(一日一失言)’이라며 물어뜯는 야당이나, 연일 가슴을 졸여야 하는 여당 모두 난감해하는 기색이 역력하군요. 그러나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우리 정치문화의 진일보(進一步) 현상임이 분명해요. 결코 중단돼서는 안 될 소중한 진전이에요. 다수의 국민 생각도 같네요.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도어스테핑이 계속돼야 한다는 답변이 50.2%로 중단해야 한다는 답변 44%보다 높았군요.

 

조금만 돌이켜보자고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청와대 문간방 춘추관에 종일 쪼그리고 앉아서 홍보수석이나 대변인이 닭 모이처럼 던져주는 가공된 VIP의 말씀이나 얻어듣고 뉴스를 고민하는 일이 고작이던 게 출입 기자들이었잖아요. 짧은 질의응답일지라도 통치자에게 직접 질문하고 답변을 듣는 장면이 일상화되는 건 누가 뭐래도 소중한 발전이에요.

 

대통령이 말실수로 망신을 당하건, 속내를 들켜 욕을 먹건 그건 모두 굉장히 훌륭한 대국민 소통이에요. 고작 일 년에 한두 번 시나리오에 따라 딱딱하게, 짜고 치는 고스톱식으로 진행하는 질의응답 쇼 방식의 소통이 못내 그리운 퀴퀴한 망상이 아니시라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이제 우리 정치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도록 응원해야 해요. 그래야 우리 정치가 비로소 조금씩 투명해지면서 음습한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어요. “No comment(노코멘트)!”를 외치고 돌아서는 대통령의 상기된 표정에도 중요한 힌트가 있기 마련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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