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우희종의 '생명] 국격과 표절, 그리고 학문 후속세대

 

선진국이 된 우리나라에 대한 실감은 해외에서 더욱 느낀다고들 한다. 이런 국격의 변화는 최근 한국이 ‘국제 학계의 많이 인용된 상위 10% 논문 보유 국가 순위’에서 처음으로 일본을 앞질렀다는 일본 문부과학성의 ‘과학기술지표 2022’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2018-2020년 기간 중에 해당 분야에서 한국이 11위를 함으로써 12위의 일본을 넘어섰다.

 

선진국다운 면모가 학문 연구 분야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학문 분야의 도약은 국내 고등교육 및 연구 현장에서의 충실한 학문 활동과 함께, 학문 후속세대인 석사 및 박사 학위 수여자들을 충실한 배출도 의미한다.

 

연구자의 독자적 연구 능력을 인정하는 박사 학위는 연구자 고유의 독창적 아이디어와 함께 이를 스스로 입증한 학위 논문을 통해 취득하게 된다. 박사 학위에 경중은 없으며, 박사 학위 취득자는 독자적 연구자로서 고등교육 현장의 구성원이 되어 대학 강단에도 서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학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연구자 집단 내의 상호 신뢰를 무너트리는 3대 연구윤리 위반 행위인, 연구 자료의 위조나 변조 그리고 표절이다. 선진국에서 연구 윤리 위반행위는 학계 영구 퇴출 대상이며, 교수는 해고 되고 학계에 널리 알려짐으로 해서 다른 대학 임용도 불가능하다. 박사학위 논문에 타인의 생각이나 자료를 도용하는 표절이 있다면 학위 취소는 너무도 당연하다.

 

그런데 선진국에 진입했고, 학계에서 인용이 많이 된 상위 10% 논문 숫자 11위인 우리 사회에서 표절 논란이 뜨겁다.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씨의 학위논문의 표절이 너무도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관련 대학이 적절한 검증 절차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학을 총괄하는 교육부조차 이런 상황을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

 

김건희 씨의 표절률은 석사 논문에서 50% 내외, 박사 논문 역시 40%를 넘었다고 보도되었다. 이 정도의 표절이면 거의 타인 자료의 복사와 짜깁기로 학위 논문을 만든 셈이다. 더욱이 독창적 아이디어가 요구되는 박사 학위논문 자체가 타인의 특허 내용이라는 것은 매우 충격이다.

 

한편, 표절의 희생자라고 공식 천명한 교수마저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당 대학인 국민대는 이를 덮기에 급급하고, 교육부마저 대학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기에 이는 단순히 한 개인의 비윤리적인 행위를 넘어 국내 학문 기반을 바닥으로부터 무너트리는 상황이다. 연구 부정 행위에 엄격해야 할 대학 자체가 그것을 은폐하는 주체로 등장했다. 이들은 비상식적 결론을 내린 연구윤리조사위원회의 회의록을 제출하라는 법원 판단마저 무시한다. 이는 결코 선진국의 대학이나 행정부처 모습이 아니다.

 

특히 표절이 밝혀진 이상 학위 취소 요청을 하는 것이 타당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묵무부답인 대통령 부인의 태도는 국격을 심각히 떨어트린다. 복사 수준의 표절 학위 논문 박사인 김건희 씨 스스로가 선진 한국 사회를 좀먹는 사람으로 전락해 나라를 망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를 덮고자 하는 대학들과 정부 부처는 이제 국제적으로 자리 잡은 국내 연구 문화를 퇴행시키는 주범이 되는 것이고, 장차 나라의 운명을 담당할 학문 후속세대 양성에도 치명적 손상을 입히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