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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의 징검다리] 이재용 특별사면이 말해주는 것


 

이재용 삼성부회장은 원죄를 안고 산다. 그는 단돈 16억을 증여세로 내고 삼성그룹 지배권을 손아귀에 넣었다. 이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의 보유지분은 단 한 주도 줄지 않았으며 이재용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모든 것은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경영권 무세승계 의지와 비서실의 무세승계 전략에 따라 계열사들이 헐값발행 등 배임행위를 마다지 않고 움직여준 덕분이었다. 무세 경영권 승계는 평생 안고가야 하는 이재용의 원죄다.

 

오래됐다. 이건희 회장은 1996년 말 지주회사격인 에버랜드의 지배지분을 이재용에게 헐값에 전환사채형식으로 신규발행해준 후 1999년에는 에버랜드에 삼성생명의 지배지분을 몰아준다. 이로써 이재용-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지배구조가 완성돼 이재용이 그룹경영권을 통째로 획득한다. 그 후 에버랜드가 제일모직에,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으로 흡수 합병되는 약간의 변화가 뒤따랐지만 이는 이재용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수단일 뿐이었다.

 

원죄의 후과는 끈질기다. 달랑 증여세 16억을 내고 삼성그룹 경영권을 통째로 넘겨받은 결과는 누구의 눈에도 정의롭지 못하다. 오직 이재용에게만 주어진 특권이라 기회균등이 있을 수 없다. 경영권 무세승계라는 불법목적을 위해 법적절차를 모두 오염시켰기 때문에 공정절차라는 게 불가능했다. 당연하게도 지난 25년 동안 숱한 비난과 지탄, 수사와 재판이 계속됐다.

 

민주화가 진행된 덕에 삼성총수의 원죄를 완전히 덮을 수는 없었다. 2000년6월 일군의 법학교수들이 정치한 논리와 법리를 동원해 검찰에 공식 고발장을 냈고 한겨레, 오마이뉴스 등 진보언론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상식과 원칙이 승리할 때가 없지 않았으나 삼성의 금력과 성공신화 앞에서 빛을 잃은 때가 훨씬 많았다. 심지어는 삼성의 경영권 무세승계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잡아떼며 1심 형량을 대폭 낮춰준 2심 재판부도 있었다.

 

1997년 원죄가 드러난 이후 정권이 여섯 번이나 바뀌었지만 청와대의 주인들은 예외 없이 묵언수행으로 일관했다. 국회도 편법상속 조사청문회 한번 열지 않았으며 사법부도 경영권 무세세습 맥락엔 눈을 질끈 감고 최대한 봐주기 판결을 내렸다. 그 덕에 삼성부회장 이재용은 원하는 건 뭐든지 이뤄지는 세상을 살고 있다. 더 정확하게는, 원하는 게 무엇이든 한국의 정치와 언론, 사법이 합심해서 어떻게든 이뤄주는 환상적인 세상을 살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이재용이 원하므로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연금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게 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불공정합병과 분식회계 건에 대해 불기소와 수사중단을 권고했다. 문재인 정부는 가석방규정을 고쳐서 최대한 빨리 가석방을 해줬다. 나아가서 무보수/비상근/미등기 임원은 취업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행정해석으로 이재용의 부회장=총수 활동을 눈감아줬다.

 

지난 8월12일, 윤석열 정권은 드디어 이재용을 특별사면해서 복권시켰다. 박영수 특검의 지휘를 받아 윤석열-한동훈 수사팀이 잡아넣었던 국정농단 뇌물사범 이재용을 서둘러 복권시킨 것이다. 이재용은 현재 제일모직-삼성물산 불공정합병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는 중이고 그 일환인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과 증거인멸 혐의도 만만치 않다. 이번에 특별사면 해준 이재용을 불공정합병 재판의 결과로 1,2년 안에 다시 교도소로 보내게 된다면 이번 특별사면의 의미가 살아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묻는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장관은 검사시절 자신들이 수사해서 기소한 이재용이 불공정합병 건과 분식회계 건으로 처벌을 받아야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무죄라고 생각하는가? 윤석열 정권은 도대체 이재용의 원죄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여전히 작은 재벌들은 이재용을 벤치마킹하며 기를 쓰고 무세 경영권세습을 도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