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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의 온고지신] 우주와 나

 

창해일속(滄海一粟)이란 멋진 표현이 있다. 당·송(唐·宋) 600년 역사에서 최고의 시인 소동파의 절창 '적벽부'에 나온다. "우리 인생이 천지간 부질 없이 날아다니는 하루살이와 뭐가 다른가. 이 몸뚱아리는 저 넓고 넓은 바다에 던져진 좁쌀 하나와 또 뭐가 다른가." 영어로는 'a drop in the ocean'(대양에 떨어진 물 한 방울)이라고 한다.

 

 

이 근사한 시어(詩語)는 나에게 광대무변의 세계인 우주에 관한 호기심과 상상력,이해를 도와준다. 빅뱅으로 시작된 '우리 우주'의 나이는 138억년이다. 지구는 46억년. 아, 30여년 전 읽었던 마쓰이 다까후미 동경대 교수의 '지구, 46억년의 고독'이라는 시적인 제목의 책이 생각난다. 다시 보고 싶다. 생명은 38억년, 인간은 4만년, 인류문명은 4000년의 퇴적층이다. 

 

'우리 은하'의 크기는 대략 13만 광년(光年)으로 추정된다. 빛은 진공 속에서 1초에 30만km를 진행한다. 그렇게 1년 동안 달려간 거리가 1광년이다. 상상해보라. 그 속도로 13만년을 가야하는 길이와 두께를... 인류는 예수탄생 기준으로 겨우 2000년을 살아왔다. 우주학(cosmology)에서 쓰이는 숫자들은 너무나 커서 초현실적이다. 어떤 때는 무한(無限)이나 무극(無極)마저 특정지역 안에서 쓰는 유한하고 끝이 보이는 듯한, 일종의 방언처럼 느껴진다.

 

우리 은하의 변두리에 위치한 태양이 은하중심을 기준으로 한 바퀴 도는 데 2억5000만년이 걸린다. 그 시간이 태양의 한 살이다. 하나의 은하 안에는 태양과 같은 항성이 1000만 개에서 100조 개가 모여 있다. 우리 은하는 수천 개의 은하들이 모인 은하단의 일원이다. 그 은하단 100개 정도가 초은하단을 이룬다. 이는 지름이 1억 5000만 광년이며, 두께는 1000만 광년이다. 초은하단은 우리 우주에 1000만개 정도가 있다고 추정한다.

 

 

최근에는 '유일무이한 우리 우주'(universe) 대신 다중우주(multiverse)論들이 주목받고 있다. 우주가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 가운데 리사 랜들 박사(하버드대학 물리학과 종신교수)의 '브레인 우주론'은 무한대의 크기로 거대하게 넘실대는 초월적 세계를 상정한다. 이 무지막지한 5차원의 막(幕)이 브레인(Brane)이다. 빌 클린턴은 "20세기가 아인슈타인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당연히 리사 랜들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격찬했다.

 

그가 말했다. 

"3차원의 우리 우주의 모습은 5차원 우주의 샤워커튼에 매달린 물방울과 같다." 

 

실은 이 왜소한 우리 우주, 은하계, 태양계, 그 세번째 행성인 지구, 한국은 우리들이 속해 있는 공동체다. 티끌이 무한대로 쪼개진 존재, 그가 바로 '나'다. 그 누구든, 이 세상 어느 구석에서 무슨 꿈을 가지고 살든, 어떤 일을 하든, 예외없이 겸손하고 겸손하고 또 겸손하게 살다 가야 하는 이유를 '창해일속의 우주론'에서 새삼 깨닫는다. 자신의 실체를 아는 자만이 생사(生死)가 다 의연한 법이다. 오랜 염원의 길을 홀로 조용히 걸어가다가 어느 날 낙엽처럼 지고 싶다. 추분(秋分) 날 아침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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