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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혁신학교 일몰제

 

이전 경기도 교육감의 정책이던 혁신학교가 사라지고 있다. 올해 1학기에 경기도에서 혁신학교 재지정을 요청한 180개 학교 중 179개 학교가 재지정에서 탈락했다. 혁신학교 재지정에 성공한 1개 학교는 일반적으로 알던 의미의 혁신학교는 아닌 것 같으니 지정에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혁신학교는 기간이 남은 학교들이 차례로 재지정에서 탈락하면 역사로 사라질 일몰제에 들어갔다.

 

혁신학교는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혁신학교를 추진했다가 학부모들의 역풍을 맞고 포기한 학교가 한두 개가 아니다. 기사화된 것만 여러 학교가 있으니 그렇지 않은 학교는 더 많을 것이다. 혁신학교는 아이들을 놀게 하는 학교라는 오명이 붙었고, 혁신학교에 다니면 학력이 떨어진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돌았다. 교육청 연구에 따르면 혁신학교에 다녔을 때 학력이 오히려 평균보다 높다는 결과가 존재하는데도 말이다.

 

아이러니한 건 혁신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중 몇몇은 자신이 어린 시절 다녔던 특목고의 수업과 혁신학교의 수업이 매우 흡사하다고 했다. 강의식 수업보다 토론과 활동 위주의 수업이 많고, 교육과정 외의 다양한 걸 배울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고 했다. 아이를 특목고 자사고에 보내고 싶지만, 그런 교육을 받는 건 거부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혹스러웠다.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었다.

 

교사들이라고 해서 특별히 혁신학교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얼마 전 만난 교사 친구는 술이 불콰해지자 왜 혁신학교처럼 사서 고생하는 곳에 있느냐, 연구학교나 시범학교처럼 승진 점수가 있는 것도 아닌데 거기서 애써봤자 남는 게 뭐가 있느냐고 했다.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혁신학교는 교육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 많기에 준비해야 할 업무가 많고, 아이들과 학부모의 요구와 기대치가 높고, 써야 할 예산이 많은 교사가 삼중고를 겪는 학교였다. 이 정도로 고생하면 승진 점수라는 보상이 있을 법도 한데 그런 게 없으니 순전히 교사의 열정을 갈아 넣어 돌아가는 학교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렇게 보면 아무도 혁신학교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지만 혁신학교가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하고 어떻게든 이어가려는 사람들이 있다. 적은 수의 학부모, 아이들, 교사가 그렇다.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혁신학교를 끝내기보다 방법을 찾아서 다가올 변화에 적응하고 살아남기를 바란다. 혁신학교 명맥 유지가 가능할지 확신할 순 없지만 뭐든 해보자고 한다.

 

혁신학교에서 만난 교사들은 교육과 아이들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학교에 자신을 던지는 사람들이 많았다. (당연히 일반 학교에도 교육에 헌신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혁신학교가 없어져도 이런 교사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사람들이다. 아쉬운 건 열정적인 사람들이 모였을 때 생기는 시너지를 만나기는 어려울 거란 점이다. 열정 있는 교사들이 일반 학교에 가면 튀는 행동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는 걸 생각하면 더더욱 아쉽다.

 

새로 생길 미래학교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혁신학교의 모습과 완전히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부디 혁신학교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교육이 이루어지는 학교이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