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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의 온고지신] 무위당 장일순(1928~1994)

 

개천절 황금연휴, '나락 한 알 속의 우주',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 이야기', '무위당 잠언집' 등 선생의 보석 같은 유물들을 탐독했다. 과장 없이 몸과 마음이 함께 재생되는 느낌이었다. 

 

'무위당 읽기'는 해월 최시형 선생의 인내천(人乃天. '사람이 하늘이다')사상과 '노자삼보'(老子三寶. 자애 검소 겸손)를 일상화하여 살았던 이 특별한 선지자를 감동적으로 알려준다. 

 

하늘, 땅, 사람이 협력하여 지은 농사에서 거둔 나락 한톨 안에 우주만물의 기운이 빠짐없이 들어 차 있으니 '나락 한 알 속의 우주'는 조금의 과장도 아니다. 넓은 바다에 빠뜨린 그 좁쌀 한 알(滄海一粟)이 광대무변의 우주이기도 하다는 가르침은 실로 놀라웠다. 키가 한뼘이나 자랐다.

 

자연과 인간, 또 인간과 인간 모두가 우주 안에서 그 일체의 조건이 작용하여 '나'를 있게 해준 거다. '나'는 나락이 그러하듯 그렇게 수혜자로서의 우주다. 그 말씀은 어렵기만 한 존재론과 우주론을 자상하고 다정한 선생님처럼 깨우쳐 준다. 

 

선생의 벗들은 말한다.


"부모 없는 집안의 맏형 같은 사람" 이현주(목사. 작가.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 이야기' 대담자) 
"내게는 아버지 같았던 분"ㅡ김민기(뮤지컬 '지하철 1호선' 연출가. 작곡가)


"선생님은 소외되고 가난하고 억압당하고 고통받는 사람에 대한 연민의 정이 많으셨습니다. 그들과 함께 하시면서 모두가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셨어요."ㅡ박재일(전 사단법인 한살림 이사장)


"이 땅의 풀뿌리 백성을 하늘처럼 섬기고, 사람 사는 도리를 가르쳤던 해월 최시형 선생이 지금 단순히 동학이나 천도교의 스승이 아니라, 이 겨레, 이 나라 사람들 전체의 스승이듯이 장일순 선생의 자리도 그러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ㅡ故김종철(녹색평론 발행인)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변화시키면서도 본인은 항상 그 뒤에 있다. 구슬이 진흙탕 속에 버무려져 있어도 나오면 그대로 빛을 발하는, 그런 사람은 이제 없겠죠."ㅡ 故리영희(한양대 교수)


"하는 일 없이 안 하는 일 없으시고, 달통하여 늘 한가하시며 엎드려 머리숙여 밑으로만 밑으로만 기시어 드디어는 한 포기 산 속 난초가 되신 선생님!"ㅡ故김지하(시인)

 

젊은날 선생을 읽고 높이 존경하였지만, 따르지 못하고 사실상 외면한 채, 긴 시간 천민자본주의의 수도 한복판에서 활개치며 살았다. 실로 허랑방탕한 세월이었다. 그 회억(回憶)은 회한(悔恨)으로 가득하다. 멈춰서서 왔던 길을 돌아보니 육십이 훌쩍 넘었다. 쏜살 같은 시간!

 

선생은 아침마다 부모님의 요강을 비우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세상을 위해서도 그 '효성'을 실천했다. 그는 미물들이 자신을 진짜 우주라고 믿게 했다. 그 리더십은 역사가 되었다. 

 

나의 여생은 얼마일까. 연약하고 가난해도 무위당의 걸음으로 의연하게 가다가 낙엽지듯 멈추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