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 과정에서 행한 이해찬 국무총리의 발언은 말 그대로 대담 그 자체였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역사가 퇴보한다 해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한나라당의 사과 요구에 차떼기당을 어떻게 좋은 당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면서 정색하며 반격했다.
총리가 할 말을 한 건지, 해선 안될 말을 한 건지 여당안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총리는 국정을 총괄하는 자리로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할 책무가 있을 뿐 아니라 국회의 협력도 앞장서서 얻어내야 하는 자리다.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한나라당이 싫더라도 총리란 자리는 한나라당의 존재 만큼은 인정해야 하는 자리다.
총리가 한나라당을 수구 부패정당으로 몰아붙이고, 한나라당이 여권을 좌파정권으로 매도하는 지금의 양상이 되풀이 되면 정치가 실종됨은 물론 국정운영의 성공도 물건너 간다.
그래서 이같은 여야의 소모적인 정쟁(政爭)을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 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이 총리는 소신까지 바꿀 필요는 없겠지만, 점잖을 필요가 있다.
부질없이 상대방을 자극해 결과적으로 국회 활동을 마비시킨데 대해 반성해야 하며, 총리로서의 역할과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으로서의 역할을 구분해 달라는 뜻이다.
한나라당도 유연해져야 한다. 소신을 바꾸지 않겠다는 총리를 상대로 억지 사과를 요구할 수 밖에 없는 갑갑함을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민생을 볼모로 잡아선 안된다.
개혁과 경제회생, 민생현안 등 급한 게 한 두가지가 아닌 상황에서 국회를 더 이상 놀릴 시간이 없어 더욱 그렇다.
여야 정치권은 제발 이제부터라도 국정운영 주도권 다툼이나 당리당략적 정쟁을 중단하고 그야말로 민초(民草)들의 애환을 헤아리는, 국리민복을 위한 일에 매진해 주길 촉구해 둔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정쟁의 장’이 아닌 ‘민의의 전당’임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