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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나는 기자다

“20년 공직 생활 중 지금이 분위기 최악이다.”

 

오산시 공무원들의 쓴소리며 현주소다. 최근 오산시의 공직사회 분위기가 냉랭하다. 일하는 분위기보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새로운 정권에 화(禍)를 당할까 눈치만 보는 형편이다.

 

정권이 바뀌고 행정이 바뀌면 초기에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당연하다. 그것도 공무원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문제는 오산시가 이전 정권과 차별화하는 과정에서 전 정권 흠집 내기에 몰두하자 이 모습으로 인해 시정 운영 지지율이 폭락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또한 공무원들이 10여 년 전 업무를 다시 찾아 보고하며 시시비비를 따지는 행정으로 인해 지쳐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직사회 분위기가 삭막한 것은 수장과 그 주위의 일명 “간신배들의 혓치”다. 사람은 입이 있다고 모든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할 수 있는 말이 있고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다. 정권에 기대는 소수의 공직자들의 행동과 언행이 공직사회를 흐린다면 그대로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특히, 명분 없는 초긴축재정의 일환으로 조직 개편을 추진하면서 공무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도 공무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요인이다.

 

시는 공무원 수를 줄여 인건비 예산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즉, 시는 공무원 수를 줄인 만큼 책임감을 강화할 수 있고, 중복 시설과 중복 행정으로 인한 예산 절감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리가 있다.

 

하지만 23만의 중견도시로 성장한 오산시의 현실과는 동떨어진다. 입법예고한 행정기구 개편은 부작용만 가져올 수 있다.

 

큰돈을 벌려고 공무원이 되지 않는다. 일하는 보람이 있어야 한다. 수장이 시키는 것만 해야 하고, 그것도 잘못된 쪽으로 향한다면 공무원은 성취감을 얻을 수 없다.

 

또, 설거지하다 접시 몇 개 깨는 것쯤은 이해해야 한다. 감사(監査) 무서워 일을 못 벌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이 자신의 공약을 수행할 도구라는 식의 인식은 멍청하고 사악한 생각이다.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판 깔아주면 ‘입안의 혀’처럼 굴릴 수 있는 게 공직이다. 정치를 계속 하겠다면 이 시점에서 잘 생각해 보길 바란다.

 

4년 정권은 너무도 짧다. 할 일도 많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도 모자라다. 시민들은 오산시의 미래청사진을 그려가길 바란다. 안녕을 지키기 위해서는 덕으로 공심과 민심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며, 시민과 공직이 단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공직사회의 정신 근력과 맷집이 이래서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 상대방의 처지와 바꾸어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가 필요하다. 밀어붙이기식 드라이브보다는 어느 정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직진형 리더십보다는 숲 향기 그윽한 오솔길로 빠져 잠시 여유를 갖는 것도 조직의 재충전을 위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 가을 왜 이리 가슴 저민지, 너무 잔인한 계절이다.

 

[ 경기신문 = 지명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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