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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시대 속에서 기다렸던 각자의 ‘봄’

수원시립공연단 정기공연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
일제강점기 섬 마을 배경, 역사의 희생자와 가족애 다뤄
배우 손병호 비롯해 수원시립공연단 극단 전 배우 출연
관객과 거리 좁힌 블랙박스 극장 공연 선봬
11월 16~20일,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

 

‘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이 있을까. 따뜻함, 꽃, 햇빛…. 그렇다면 암울한 시대 상황 속 봄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수원시립공연단(예술감독 구태환)은 오는 16일부터 20일까지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제19회 정기공연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를 선보인다.

 

작품은 1944년, 제2차 세계대전 말미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되기 전을 배경으로 한다.

 

경상도 어느 섬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며 살아가는 한 가족과 섬을 기지로 주둔하는 일본 군인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역사의 희생자들을 비추며, 가슴 저린 근대사를 조명함과 동시에 희망을 잃지 않는 가족을 통해 따뜻한 사랑과 용기를 보여 준다.

 

 

이발소를 운영하는 ‘홍길’과 ‘영순’ 부부. 그들은 다리가 불편한 첫째 ‘진희’, 가수를 꿈꾸는 둘째 ‘선희’, 학교 선생님으로 일하는 셋째 ‘미희’, 술 마시기 좋아하며 시대 상황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는 막내 ‘정희’와 함께 살고 있다.

 

셋째 딸 미희의 결혼식 날, 사람들은 전쟁으로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도 흥겹게 웃고 떠들며 잔치를 즐긴다.

 

하지만 미희의 남편 ‘만석’은 사실 진희에 대한 마음이 남아 있는 상황.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는 미희는 우울하기만 하다.

 

어느 날, 한쪽 다리를 잃은 일본인 중좌 ‘시노다’가 발을 씻기 위해 이발소에 오고, 진희는 그의 발을 정성스레 씻겨준다. 같은 아픔을 가진 시노다와 진희는 서로에게 연민을 느낀다.

 

 

홍길네 가족에게 봄은 무엇일까. 사랑하는 딸들의 안녕, 꿈, 사랑, 해방 등 일제강점기라는 상황에서 가족들은 저마다의 봄을 기다린다.

 

지난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연출한 구태환 예술감독은 “제목에서 이미 많은 걸 이야기하는 작품”이라며 “‘봄이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가 중요 메시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극 속 인물들에게는 사소한 꿈마저 이루기가 어려운 시대의 삶이다. 그 꿈을 이루는 게 봄 그 자체를 의미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네 자매의 아버지 홍길 역에 배우 손병호가 출연해, 수원시립공연단 단원들과 호흡을 맞춘다.

 

손병호는 “정답은 없으니까, 계속 완성하기 위해 단원들과 서로 질문도 해보고 맞춰 간다”며 “단원들의 눈빛에서 강한 의지가 느껴져 방해가 되면 어떡하나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눈빛만 봐도 서로 교감이 된다. 그래서 좋은 작품이 나올 거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영순 역의 이경 배우는 손 배우와의 호흡에 대해 “선배님이 오면 공기가 달라진다”며 “잊고 있던 연기에 대한 열정, 연극인으로서 가져야 하는 마음들이 상기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공연은 관객에게 더욱 생생한 전달을 위해 객석을 무대 위로 옮긴 점이 눈길을 끈다.

 

객석과 무대의 구분을 없앤 블랙박스 극장(직사각형 상자형 공간 속에 이동식 객석을 자유롭게 배치해, 무대와 객석의 형태를 원하는 대로 변형시킬 수 있는 극장) 공연으로 진행된다.

 

수원시립공연단 측은 기존 객석을 사용하지 않고, 무대에 200여 석을 따로 마련해 관객과의 거리를 좁혔다.

 

구태환 예술감독은 “입체감 있는 작품을 관객 가까이에서 선보여, 관객들이 더 큰 감동과 극에 대한 이해를 가져갈 수 있게 했다”며 “제대로 된 블랙박스 극장은 아니지만 최대한 그와 비슷한 느낌을 시민께 선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전석 2만 원. 평일 19시 30분, 토요일 15·19시, 일요일 15시에 진행된다.

 

손병호, 이경 배우를 비롯해 유현서, 전지석, 김희창, 송진우, 김정윤, 신동화, 윤명인, 홍민아, 이연정, 박승희, 오택조, 나성우, 박형준 배우가 무대에 함께 오른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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