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 상향 등의 대책안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가파른 금리 인상 속 차주들의 은행 대출 이자가 갈수록 불어나면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 국민·신한·하나·우리· 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 대출, 신용대출 모두 금리 상단이 7%를 넘어 8%대를 앞두고 있다. 주담대와 전세대출 하단은 5%를 넘었고, 신용대출은 6%대에 이른다.
이는 은행별 신용 1~3등급의 상위 차주 기준으로 중·저신용자는 이미 두 자릿수 금리에 진입했다. 시중은행의 연 7%대 가계대출 금리는 2009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정부가 지난 10일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하고 서민·실수요자 대상 LTV 한도를 기존 4억 원에서 6억 원으로 상향하는 등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대응 방안을 발표했지만, 실제 시장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출금리가 올해 말 최고 연 9%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선뜻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로 가계 주담대 원리금 상환 부담은 급증한 상태다. 1년 전 4억 원을 연 4%, 3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으로 빌렸을 경우 가계가 매월 갚아야 했던 원리금은 191만 원이었다.
그러나 적용 금리가 6.5%로 오르면서 매월 갚는 액수는 62만 원 늘어 253만 원으로 불어났다. 향후 주담대 금리가 연 9% 이상으로 상승할 것으로 감안되는 만큼, 해당 금리를 적용하면 매월 322만 원 이상을 원리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특히 DSR 40% 규제는 여전히 묶여있는 상태라 최대 한도까지 대출을 받는 것은 제한적이다. 수도권에서 7억 3000만 원짜리 주택을 구입할 때 LTV 50%를 적용하면 대출 가능 금액은 3억 6500만 원이다. 연이율 9%, 만기 30년을 가정하면 연소득 8800만 원 이상인 가구만 한도(3억 6500만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3인 가구 기준 우리나라 도시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624만 원, 연간으로 7489만 원임을 고려하면 상당수 가구는 대출 규제를 완화했다고 하더라도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매수심리가 악화되고 금리가 치솟는 상황에서 실제로 수요자들이 집 구매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거래를 정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정부는 이자 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 부동산 세제 완화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리 인상 영향으로 지난해 말부터 가계대출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그동안 과도하게 시행했던 부동산 관련 규제를 정상화해 나갈 시기라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서민·중산층 주거 부담 확대 등에 유의해 단계별로 필요한 조치들을 적시에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백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