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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수의 월드뮤직 세계사] '목동의 고독과 공포의 외침, 요들'


치즈광인 친구에게 특식을 사겠다고 퐁듀 전문집에 데려갔다. '다소 비싸지만,아주 맛있다 '는 소개를 듣고 찾아갔는데 전언과 달리 다소 맛있는 정도였고 아주 비쌌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며  괜히 퐁듀의 기원을 입에 올리며 감정을 푼다.

 

'퐁듀가 사실 옛날 스위스 사람들, 한 겨울에 굶어죽지 않으려고 먹었던 음식인 거 알아? 겨울되면 광 속에 딱딱한 빵, 굳은 치즈만 굴러다녔는데 그걸 먹겠다고 포도주에 치즈 녹이고 빵 찍어 먹은 게 퐁듀의 유래야' 

 

친구는 퐁듀 얘기보다 스위스 사람들의 가난했던 과거사에 관심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는 스위스의 국가 이미지는 거의 유토피아다.

 

만년설을 인 알프스와 서유럽에서 가장 큰 호수인 레만호를 가진 자연 청정국, 세계 최고 명품 시계, 초콜릿, 치즈로 유명하지만,  실상 관광업, 금융업, 의약품, 제조업 등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 9만달러가 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부자 나라, 영세중립국으로서 500년간 전쟁 없이 무장평화를 유지해온 나라.


전 세계의 부러움을 받는 스위스도 18세기까지 유럽의 빈국, 약소국이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험준한 알프스산이 국토의 70%, 호수까지 치면 75%가 농사지을 수 없는 척박한 땅인데, 그나마도 냉해가 잦아 굶주림이 국민의 일상이었다. 떠돌다가 외국까지  나가 살 길 찾던 이들은 전쟁터에 나가 대신 싸워주는 용병에 자원한다.  그 유명한 '스위스 용병'의 탄생 배경이다.  스위스 용병이 왜 유명했는가. 신의와 용맹성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1527년, 신성로마제국의 카를 5세가 로마 교황과의 갈등 끝에 침략했을 때, 로마 성벽을 지키던 스위스 근위대 500명의 이야기가 있다. 근위대는 교황 클레멘스 7세가 피신할 때까지 끝까지 엄호하며 적에 맞선다.  '도망가도 좋다'는 교황의 권고가 있었지만 단 한 명도 이탈하지 않아 결국 대부분이 목숨을 잃었다.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난 후인 1792년,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와네트가 머물고 있는 튈르리 궁에 분노한 민중들이 몰려들었다. 겁에 질린 왕의 근위병들은 모두 도망갔는데, 끝까지 왕실을 사수한 이들이 있었으니 786명의 스위스 용병들이었다. 시민들은 죄없는 그들에게 퇴로를 열어주었으나 용병들은 이에 응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맞서 모두 전사한다.

 

여기서 나오는 의문. 왜 남의 나라 전쟁터에서, 살 길을 주는데도 마다하고 목숨을 내놓고 싸운 것일까. 당시 전사한 한 용병이 가족에게 썼다는 편지에서 그 답을 얻는다.

 

'우리가 다른 나라에 신용을 잃으면 후손들은 영원히 용병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계약을 지키기로 했다'

 

스위스 시계가 세계 최고 명품이 된 이유로 두 가지를 드는데,  그들의 제조기술과 신뢰다.  스위스의 격을 높이는 '신뢰'의 배경에는 그같이 가슴 아픈 역사가 있었다.


요들은 어떤가. ('요들송'하면 스위스 현지에서 못 알아듣는다. '요들'이 맞다) 수려한 알프스 초원을 배경으로 '요드레이~ 요드레이~' 하는, 독특한 발성의 스위스 민요. 

 

전통의상 드린딜을 입은 여성들과 레더호젠 입은 남성들이 손에 손잡고 춤춰야 할 것 같은 이 신나고 재미난 노래는 사실, 높은 산 깊은 골짜기에서 홀로 양치던 목동이 먼 산의 누군가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였다. 늑대같은 위험한 짐승의 출현 등 갈급한 신호를 보낼 때, 홀로 산을 지키다 외로움에 못이겨 먼 산의 누군가를 부를 때 내던, 고독과 공포에서 나온 외침이었다.  퐁듀 맛처럼, 요들도 역사를 알고 나면 다르게 다가온다. 깊고 다채롭다.

 

그 맛을, 요들의 대가, 독일의 프란츨 랑(Franzl Lang)이 목소리로 느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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