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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칼럼] 세계 22위 지도자, 닥치고 축구 관람

 

안 그런 것 같지만 축구 영화는 사실, 그리 많지가 않다. 야구나 풋볼, 특히 복싱을 다룬 영화들은 많아도 축구는 그렇지가 않다. 물론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얘기이고 아주 인상적인 작품이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예컨대 야구 같은 경우는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을 맡았던 1984년 영화 ‘내추럴’ 같은 것이 있고 케빈 코스트너의 1999년 영화 ‘사랑을 위하여’ 같은 작품은 잊을 수 없는 야구영화…라기보다는 러브 스토리로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남아 있다. 배리 래빈슨이나 샘 레이미 등등 명장 감독들이 만든 영화이기도 하다. 물론 ‘사랑을 위하여’ 같은 경우도 케빈 코스트너의 앞 머리가 아직 남아 있을 때이고(웃자고 하는 소리이며 대머리 남성 분들 기죽지 마시라. 끝까지 사랑하고 연애하며 사실 수 있다.) 켈리 프레스턴이 유방암으로 죽기 훨씬 전의 일이다. 스포츠 영화는 스포츠가 앞으로 너무 나오면 안된다. 그러려면 그냥 TV 중계가 낫다. ‘내추럴’이든 ‘사랑을 위하여’ 든 영화 속에 음모와 범죄가 나오기도 하고 팜므파탈(요부)이 등장하기도 한다. 풋볼 영화인 올리버 스톤 감독의 ‘애니 기븐 선데이’ 같은 풋볼 영화는 광활한 경기장을 하나의 국가 영토처럼 놓고 점령을 위해 일보 전진 이보 후퇴를 거듭하는, 정치 드라마이자 인생 드라마로 엮어 낸 역작이었다.

 

이에 비해 정통 유럽 축구를 소재로 한 영화는 비교적 손에 꼽을 정도이다. 할리우드의 거장 감독인 존 휴스톤이 1982년에 만들었던 ‘승리의 탈출’이 기억나는 정도이다. 연합군 포로들이 수용소의 독일군과 축구 시합을 벌이는 이야기이고 양 팀 선수가, 양측 군인이 두 나라 간에 전쟁을 벌이 듯 목숨을 걸고 경기를 펼치게 된다는 내용인 바, 연합군 포로들은 이 과정에서 탈출에 성공하게 된다는 전쟁 드라마이다. 제목이 왜 승리의 탈출인 지를 암시하는 대목이다.

 

축구가 영화로 잘 안만들어지는 이유는 과정이 비교적 우직하고 정직하며 결과가 뻔하기 때문이다. 열심히 싸우는 선수들, 정직하게 훈련했던 사람들, 남의 뒷 머리를 치는 지략보다는 몸과 몸이 부딪히는, 그 ‘육질의 정확도’가 승부를 가로지르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여기엔 별로 음모나 뒷거래가 없다. 한마디로 영화가 가져다 쓸 드라마적 요소가 야구나 풋볼에 비해 그리 많지 않거나 축구 경기의 흥분감만큼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 수 있는 축구 영화를 만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다.

 

세상이 온통 축구 얘기, 월드컵 얘기다. 요즘 축구는 예전과 달라진 것이 많은데 확실히 한국 팀이 매우 잘한다는 것이고 사람들의 관심이 비단 한국 팀의 우승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 시합에서 만끽할 수 있는 화끈한 재미, 그럼으로써 일상의 지루함과 비루함에서 탈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에 있다는 것이다. 한국 팀의 기량이 높아진 것은 다른 모든 이유에 앞서서 선수들 개개인의 체력이 매우 높아진 것 때문일 것이다. 전후반 90분 동안 선수들은 지치지 않고 구장을 종횡무진 누비고 뛰어다닌다. 전반에 반짝했다가 후반이면 공격과, 특히 수비에서 현격하게 밀리는 상황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선수들 모두 잘 먹고 잘 크고 잘 단련된 덕이다. 개인과 국가가 성장했기 때문이다. 개인의 기량과 국력,  국격이 동시에 올라갔기 때문이다.  

 

축구 팬들은 비록 한국이 16강에서 떨어진다 해도 중계 시청을 중단하지 않는다. 누가 이겨도 또 누가 져도 축구는 축구이고 그 열렬한 분위기는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예전에 한국 팀이 탈락하면 중계방송조차 중도에 중단될 만큼 한국 우선의 경기가 아니라는 것이고, 바로 그게 월드컵 정신이며, 팬들의 태도가 이제 경기는 경기 자체로 즐기겠다는 것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글로벌 화 됐다는 얘기이다. 축구가 국수주의나 지나친 민족주의 감정에 휩싸이거나 그렇게 이용되던 시대는 지나도 한참을 지난 것이다. 우리도 과거엔 그럴 때가 있었다. 전두환 시대 때가 그랬다.

 

선수와 축구 팬들은 이제 선진화될 만큼 선진화돼있는 상황이다. 감독이나 축구 운영위원회가 이상한 짓, 못된 짓을 하면 당장 쫓겨나거나 해체될 것이다. 자기 마음에 드는 선수를 기량과 상관없이 주요 포지션에 배치하거나 이유 없이 특정 선수를 내치거나 하면 안 될 것이다. 축구 역시 승리를 향해 가는 여러 매뉴얼이 있을 것인 바, 사리에 어긋나거나 합리적이지 않은 훈련방식으로 선수들을 압박하고, 그런 것 등등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는 축구위원회나 팬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면서 독선적으로 팀을 운영하는 감독이라면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이 축구에서 바라는 것은 정직하게 노력하는 경기이며 그래서 얻게 되는 그 대가이다. 그건 승리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한국에서는 어쩌면 곧 축구 영화가 한편 만들어질 것이다. 지금의 정치 상황과 연계해서 선과 악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얘기로 만들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마치 주성치 주연의 ‘소림축구’에서 웃음과 코미디를 싹 걷어 낸 분위기 같은 것. 약한 자들, 선한 자들이 승리하는 이야기 같은 것이 만들어질 것이다.

 

나라가 축구보다 못한 세상이 됐다. 사람들이 축구를 보면서 한편으로 마음이 찝찝한 것은 이겨도 이긴 것 같지 않은 느낌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여론조사업체 모닝 컨설트의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세계 지도자 22명 가운데 꼴찌인 22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축구는 좀 지더라도 재미와 감동을 주면 된다. 지도자의 국격과 품격은 그럴 수가 없다. 되돌리기가 매우 힘든 일이다. 이럴진대, 실로 닥치고 축구나 볼 일이다. 근데 과연 그럴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