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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준의 경기여지승람(京畿輿地勝覽)] 79. 이름을 고친 사람들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 1337~1392)는 자가 달가(達可)이며 시호는 문충공(文忠公)이다. 지주사(知奏事) 정습명(鄭襲明)의 후손이다.


어머니 이씨가 임신을 했을 때, 꿈에 난초 화분을 안고 있다가 갑자기 떨어뜨리고 놀라서 깨어난 뒤 낳았으므로 이름을 정몽란(鄭夢蘭)이라고 불렀다. 태어나면서부터 특이하게 빼어났으며 어깨 위에 검은 점 일곱 개가 북두칠성처럼 벌여져 있었다.

 

 

아홉 살이 되었을 때 어머니가 낮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는데 검은 용이 뜰에 있는 배나무로 올라가기에 놀라서 깨어 나가 보니 바로 아들 몽란이었다. 그래서 이름을 몽룡(夢龍)으로 고쳤는데, 나중에 아버지인 정거민(鄭居敏)이 꿈에서 중국의 어진 정치인인 주공(周公)을 만나고 난 후 다시 몽주(夢周)로 고쳤다. 세 번 다 꿈을 꾸고 이름을 고쳤는데 공민왕 9년(1360) 과거에 응시하여 연달아 세 번 수석을 하고 마침내 장원으로 뽑혔다.
 


사간공(思簡公) 안성(安省, 1344~1421)은 한쪽 눈이 조금 작아서 어릴 때 이름을 소목(小目)이라 하였는데, 과거에 급제하여 임금님을 뵙게 되었을 때 임금이 두 글자를 합하여 이름을 성(省)이라 고치도록 명하였다. 조선 건국 후 청백리로 뽑혔다.
 


안렴사(按廉使) 조견(趙狷, 1351~1425)은 본명이 윤(胤)으로, 평양 관찰사 조준(趙浚)의 아우이다. 왕조를 혁명할 때 형에게 울며 간하였으나 끝내 듣지 않자 달아나 송산(松山)에 이르러 이름을 견(狷)자로 고쳐 견(犬)이라는 부수를 쓰고 호를 송산이라 하였다. 대개 이름은 견마(犬馬)가 주인을 그리워하는 뜻을 담고, 호는 산이 움직이지 않고 소나무가 시들지 않는 뜻을 쓴 것이었다.

 


조준은 그 아우가 화를 입을까 염려하여 몰래 개국공신 명단에 올려 평성부원군(平城府院君)에 봉하였다. 조건은 임종하면서 집안사람에게 훈계를 남겨 묘비에 ‘고려 안렴사(高麗 按廉使)’라고만 쓰고 조선에서 내린 벼슬을 쓰지 말라고 했는데, 자손들이 화가 미칠까 두려워하여 한 결 같이 훈적(勳籍)대로 썼다. 그러자 비갈(碑碣)에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면서 비석에 벼슬이름을 새긴 부분에 내리쳐 ‘조공견지묘(趙公狷之墓)’ 다섯 글자만 남게 되었다.
 
문간공(文簡公) 유관(柳寬)은 처음 이름이 관(觀)이었는데, 그 아들 계문(季聞)이 경기관찰사에 임명되자 관직명이 아버지의 이름을 범한다 하여 사양하고 부임하지 않았다. 이에 그 아비의 이름 가운데 觀자를 寬자로 고치도록 명하면서, "아비의 이름을 이미 고쳤으니 재촉하여 빨리 부임하도록 하라" 하였다. 
 
광해군을 몰아내고 정사(靖社) 공신을 정할 때 인조가 하교하기를, "나는 이기축과 어린 시절 함께 놀아 아명(兒名)을 부르는 데 익숙하다. 이번에 녹훈할 때도 그 아명으로 쓰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하고 어필(御筆)로 써서 내렸다. 이기축은 자(字)가 희열(希說)이다. 대개 이기축은 어릴 때 이름이 기축(己丑)이었기 때문에 글자의 음이 서로 같은 것을 따서 기축(起築)이라는 이름을 임금이 내려준 것이었다.
 


둔촌 이집의 어릴 때 이름은 원령(元齡)이고, 자는 성로(成老), 호는 묵암자였고, 은둔생활을 끝낸 후에는 ‘맹자집의(孟子集義)’의 집(集)자를 취하여 이름으로 삼고, 호연지기(浩然之氣)의 호연(浩然)을 취하여 자(字)로 삼았다. 둔촌의 뜻은 신돈의 화를 피한 것이 ‘둔(遁)의 힘’이라 해서 둔촌이라는 호를 사용했다. 위험에서 나와서 위험을 잊지 않는다는 뜻이다. 둔(遁)은 ‘맹자’의 지언(知言-도리에 밝은 말) 중의 하나이다

 

[ 경기신문 = 김대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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