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DLF 사태 관련 징계 정당성을 둘러싼 행정소송이 손 회장의 최종 승리로 마무리됐다. 이는 금융사의 내부통제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무리한 법적용이 잘못됐다는 최초의 대법원 판례로, 향후 금융권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5일 손 회장과 우리은행 임원들이 제기한 문책경고 등 취소처분 청구소송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제기한 상고를 기각했다. 이로써 손 회장에 대한 금감원의 문책경고 징계를 취소한 원심이 확정됐다.
우리은행은 2017년부터 미국·영국·독일의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파생결합증권(DLS)을 편입한 파생결합펀드(DLF)를 판매했고, 2019년 채권금리가 하락하면서 대규모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과도한 영업과 내부통제 부실이 DLF의 불완전판매로 이어졌다고 보고 당시 행장을 겸임하던 손 회장에게 부실한 내부통제 책임을 물어 문책경고를 처분했다. 현행법상 문책경고 이상의 징계를 받으면 3~5년 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이에 불복한 손 회장은 2020년 3월 집행정지와 함께 '징계 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은 모두 손 회장은 손을 들어줬다. 금감원이 징계 이유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법리를 적용했으므로, 징계 처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현행법상 내부통제 기준 ‘마련’이 아닌 ‘준수’ 의무 위반을 이유로 금융회사나 그 임직원에 대해 제재 조치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미흡하거나 실효적이지 않은 경우에도 제재할 수 있다는 금감원의 주장은 법령에 반하고 예측 가능성을 훼손해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 또한 "우리은행이 마련한 '집합투자상품 위탁판매업무지침' 등 내부통제 기준에 법정사항이 모두 포함돼 실효성이 있는 만큼 내부통제 기준 자체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사유로 제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같은 원심 판단에 "법리 상의 오해나 문제가 없다"고 보고 이날 손 회장의 승소를 확정했다.
결과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낸 금융위원회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며, 향후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관련 제재안건 처리 및 향후 제도개선 등에 참고 및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감원도 "향후 대법원 판결 내용을 잣대로 금융위 등 관계기관과 함께 내부통제의 실효성 제고방안 마련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소송결과와 무관하게 이번 대법원 판결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상 내부통제기준 설정 ·운영기준'의 규범력이 인정됐다는 점에 상고의 실익이 있었다고 평가한다"고 했다. 법원이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 제11조제1항 별표2의 ‘내부통제기준 설정 및 운영기준’을 내부통제기준의 실효성 판단기준으로 인정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무리한 법적용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내부통제 실패의 책임을 CEO에 묻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사의 내부통제 부실이 드러났을 경우 CEO를 제재할 근거를 포함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손 회장 사건은 대법원이 4개월 이내에 결론을 내리기로 하면서 심리불속행이 아닌 판결 선고를 하겠다는 것으로 법조계와 금융권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이었다"라며 "이번 손 회장의 승소는 향후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를 제재 할 수 있는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대법원의 최종판결을 존중하며, 수준 높은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수용해 대다수의 고객에게 보상을 완료하고 절차를 개선하는 등 신뢰회복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왔다"라며 "금융당국의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의 개선방향도 선제적으로 반영해 글로벌 수준의 모범적인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금융시장 안정화와 취약차주에 대한 지원 등 국가 경제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을 약속하며, 당국과의 긴밀한 소통과 정책협조로 금융산업 발전과 고객 보호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백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