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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사색] “이 선생! 오늘 참 즐거운 날입네다!!”

 

 

분단 이후 최초로 3·1절 행사를 남북 민간단체에서 공동으로 개최하였다. 2003년 3월 1일 북측대표단 105명이 방한하여 워커힐 제이드가든에서 역사적인 3.1민족대회가 열렸었다. 이때 있었던 재미있고 의미있는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한다.

 

6·15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간 회담, 공동행사 등이 자주 열렸다. 이때 남북간 만남의 장에는 항상 통일부와 국정원, 북에서는 통전부와 국가안전보위부 요원들이 행사의 지원을 위해 참석하였다. 남북교류협력법과 국가보안법이 함께 적용되는 남북관계의 법질서의 단면을 보여주는 현실이다. 국방백서에 ‘주적’을 넣는다. 만다.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첫날의 3·1민족대회 행사도 의미 있었고, 이튿날 일요일에는 북한종교인들이 우리의 종교시설에서 남북이 함께 종교의식을 치렀다. 불교는 봉은사, 천주교는 명동성당, 천도교는 수은회관, 기독교는 소망교회에서 각각 행사를 맡아서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보안요원과 북측 보장성원(행사지원인원을 북에서는 보장성원이라 부른다)간에 사소한 일로 다툼이 있었다. 사람 사는 일이라, 더욱이 60년 가까이 헤어져 살았던 적대관계의 체제를 보위하는 요원들간에 다툼이 발생함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5개월 전, 그러니까 2002년 가을에 부산에서 개최된 아시안게임에 북측선수단 지원을 위해 연락관으로 파견되어 만나 친하게 된 북측 연락관 K선생에게 다툼 당사자들에게 화해의 장을 마련함이 어떻겠냐고 제의하자 흔쾌히 수락했다. 우리측 보안팀장에게도 내 뜻을 전하자, 그도 좋은 생각이라고 동의를 했다. 남북간의 행사장에서는 밤샘 상황근무를 서는 등 바쁘고 힘든 일이 많아, 늦은 시간에 야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내가 특별히 간식준비직원에게 부탁하여 간식과 술을 부탁했다. 족발과 피자, 그리고 소주! 당시 북측인사들을 찾는 우리측 종교인, 인도적 지원단체 관계자들이 많았다. 질서유지 차원에서 적절한 통제가 필요해 북측숙소 층 엘리베이터 앞 공간에 우리 보안요원들이 테이블을 놓고 출입자를 통제하고 있었다.

 

늦은 밤, 그 테이블에 안주와 소주를 놓고 다툼 당사자를 불러 파티(?)를 시작했다. 이사람 저사람이 함께 동석을 하다보니 10여명이 파티를 즐긴다. 남자들 술좌석의 한담으로 분위기는 한참 고조되고, 폭탄주로 러브샷을 한다. 나와 우리 보안팀장 이 장면을 보며 야릇한 미소를 나눈다. 동석했던 북측 시인 장혜명선생이 내 귀에 대고 속삭이듯 한마디 한다. “이 선생! 오늘 참 즐거운 날입네다!!”

 

그때 내가 깨달은 사실! 만나서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는 사실! 지금 숨 막힐 정도의 남북관계 상황. 모든 것 내려놓고 만나서 대화를 하면 어떨까 하는 소망을 가져 본다.

 

우리는 ‘본래 하나’라는 사실을 생각하며, 더 유복하고 여유가 있는 우리가 먼저 손을 내미는 용기와 지혜를 갖는 새해가 되길 간절히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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