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전국에서 아파트 약 26만 가구가 분양된다. 계획 물량 기준으로 9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최근 부동산시장에 불어닥친 '한파'의 영향으로 건설사와 시행사가 분양 물량을 줄이거나 사업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분양 물량은 줄었으나 고금리 여파로 수요자들이 선별적으로 청약에 나서면서, 올해는 분양 시장 양극화가 더 심화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2일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303개 단지에서 총 25만 8003가구를 분양한다. 작년 분양 실적(30만 4142가구)보다 15.2% 감소했고, 계획 물량 기준으로 2014년(20만 5327가구) 이후 가장 적다.
수도권에서 135단지, 11만 6682가구가 나온다. 경기가 7만 521가구로 가장 많고 서울(2만 7781가구), 인천(1만 8380가구) 순이다. 지방에서는 168단지, 14만 1321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부산이 2만 766가구로 가장 많고, 대구(1만 5435가구)와 경남(1만 4656가구), 충남(1만 4442가구), 광주(1만 2937가구) 순이다.
경기도에서는 7만 521가구(27%)가 분양된다. 광명시에서는 '광명1R구역' 3585가구, '베르몬트로광명' 3344가구, '광명4구역'에서 1957가구, '광명5R구역재개발'에서 2878가구의 공급이 예정됐다.
안양시에서는 '안양뉴타운맨션삼호' 2723가구, 수원시에서는 '수원권선6구역'에서 2178가구, 성남시에서는 '성남중1구역' 1972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인천에서는 1만 8380가구(7%)가 공급할 예정이다. 특히 작년에 이어 검단 신도시 물량과 도시개발물량이 눈에 띈다. 검단에선 5971가구가 나온다. 용현학익 도시개발을 통해서는 '시티오씨엘6단지' 1734가구, '시티오씨엘7단지' 1478가구 등이 공급될 예정이다.
지방에서는 부산이 2만 7661가구로 가장 많은 물량이 조사됐다. 이어 대구 1만 5435가구, 경남 1만 4656가구, 충남 1만 4442가구, 광주 1만 2937가구, 충북 1만 2771가구, 대전 1만 686가구 등이다.
분양 계획 물량의 48%(12만 5065가구)는 재개발·재건축으로 공급된다. 서울에선 동대문구 '래미안라그란데'(이문1구역), 은평구 '대조1구역', 송파구 '잠실진주재건축' 같은 2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가 일반 분양을 기다리고 있다. 지방은 광역시를 중심으로 정비사업 물량이 많이 나온다. 부산 남구 '대연3구역'과 '우암1구역', 광주 북구 '운암3구역' 등이 공급을 계획 중이다.
다만 경기 둔화와 미분양 우려로 분양 계획 물량이 실제 공급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작년에도 분양 계획 물량인 41만 6142가구 중 31%에 해당하는 13만 1756가구가 분양을 미뤘다.
높은 금리와 집값 추가 하락 우려로 청약 시장은 새해에도 시들할 가능성이 높다. 작년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7.7대1로, 전년(19.8대1)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연이은 금리 인상과 높은 분양가로 금융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청약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목표로 획기적인 규제 완화와 함께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규제지역 해제 등이 실행된다면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꿈틀댈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주택 수요 선호도가 높은 곳은 집값이 오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집값이 정체 또는 하락하는 등 지역별 양극화 양상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최태순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 역시 "입지가 좋지 않고 공급 물량이 몰린 지역은 미분양이 쌓일 가능성이 높다"라며 "올해 분양 시장은 분양가와 규모, 입지에 따른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경기신문 = 백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