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국무총리가 국회파행의 단초가 됐던 `한나라당 폄하' 발언에 대해 9일 유감을 표명함에 따라 13일째를 맞고 있는 국회 파행사태가 금주중 정상화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
이 총리는 이날 대국민성명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산적한 현안이 많은 시기에 저의 답변으로 인해 국회가 공전되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아울러 지난 대정부 질문에 대한 저의 답변이 지나친 점이 없지 않았기 때문에 진심으로 사의(謝意)를 표하며 국회가 하루 빨리 정상화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한나라당에 즉각적인 등원을 촉구했고, 한나라당은 김덕룡 원내대표 주재로 긴급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내용과 형식에 있어서 미흡하지만 늦게나마 잘못된 점을 사과한 것은 다행"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날 저녁 긴급최고위원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 데 이어 이르면 10일 의원총회를 열어 이 총리의 유감표명에 대한 공식 입장과 등원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일단 사과는 인정하되 등원과는 별개"라며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고 당내에 강경론도 적지 않으나, 이 총리가 유감을 표명한 상태에서 국회파행을 지속할 경우 여론의 부담을 떠안게 되기 때문에 국회 의사일정에 참여하는 쪽으로 결론을 맺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등원하기로 방침을 정할 경우 여야 원내대표는 정기국회 의사일정 재조정 등 국회 정상화를 위한 협상에 착수할 전망이며, 국회는 이르면 11일께 상임위 활동을 재개하고 12일 예정된 본회의도 열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원기 국회의장은 "이 총리가 진솔하게 사과했다고 본다"면서 "이제 국회가 할일은 가장 빠른 시간내에 국회 문을 열어 국민의 걱정을 덜어주는 일"이라고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했다.
대전을 방문중인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총리가 성명을 발표한 이상 한나라당도 조건을 달지 말고 국회 정상화에 응해줬으면 하는 희망이 있다"면서 "앞으로 한나라당은 정부와 여당을 반미.친북.좌파정권이라고 근거없는 색깔론을 내세우는 일이 없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또 "우리당도 반성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이 우리를 친북 반미 좌익이라고 폄하한다고 해서 우리도 그들을 수구냉전세력이나 이상한 용어로 자존심을 건드린 것은 사실"이라고 색깔공방 자제와 상생정치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임태희 대변인은 이 총리의 성명에 대해 "내용과 형식은 미흡하지만 늦게나마 잘못된 점을 사과한 점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의총에서 최종 결론을 내리겠지만, 당직자들은 미흡하지만 큰 틀에서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소 우세하다"고 말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일단 (이 총리가) 국민에게 유감표명 형식을 취했는데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않으나, 만족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국회정상화 절차에 대한 협상에 들어가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리당 이종걸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총리의 성명 발표 직후 한나라당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정상화를 위한 대화를 촉구했고, 남 수석부대표는 내일 오후 열리는 한나라당 의총에서 정상화쪽으로 결론이 날 경우 대화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은 이 총리의 유감표명을 환영하면서 한나라당의 즉각적인 등원을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