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연수구가 현수막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연수구는 민선8기 출범과 함께 인천 최초로 불법광고물에 대한 계도전화 자동발신 시스템을 운영하며 불법 현수막 없는 거리 조성에 앞장서왔다.
지난해 9월 한 달에만 공무원 등 18명이 투입돼 두 차례의 대대적인 일제 정비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 주변 무분별하게 부착된 현수막과 불법 광고물 등을 정비하기도 했다.
그 결과 불법현수막 단속 건수가 150만 건에서 지난해 50만 건이나 줄어드는 성과를 냈다.
과태료 부과도 2021년 47건에서 지난해 30건으로 눈에 띄게 줄며 신도심과 원도심 모두 불법 현수막 없는 쾌적한 거리 풍경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법이 개정되며 정당 현수막을 거리 아무 곳에나 걸 수 있게 됐다.
정당의 명칭과 연락처, 설치 업체의 연락처와 함께 15일 이내의 표시기간을 명시하면 규격∙수량∙위치 등의 제한 없이 설치가 가능해진 것이다.
정당현수막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문제점에 대해서는 지방정부가 대처할 법적 근거가 전무한 상황이다.
결국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그간 연수구가 벌여온 노력은 물거품이 돼버렸다.
특히 정당현수막으로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경우에도 정당 또는 설치 업체의 연락을 통해 정비하게 돼있어 풍수해 등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국가의 의무와도 상충되고 있다.
또 도로변 나무나 가로등에 거는 현수막은 불법이지만 구가 지정하는 지정게시대에는 일반 현수막과 정치 현수막도 함께 허용된다.
이번 시행령대로라면 서민들이 도로변에 설치하는 현수막만 불법인 셈이다. 이로 인해 주민들의 각종 민원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재호 구청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9일 인천 군수∙구청장들과 함께 정당 현수막 시행령 개정과 관련 정당 현수막 세부기준 마련을 위한 공동건의문을 채택했다.
기초단체들은 시행령에 포괄적인 표시 방법을 허용하고 법적 효력도 없는 가이드라인으로 세부 운영 방법을 정해 통보하는 것은 법령 개정으로 인한 부작용의 책임을 지자체로 떠넘기는 행위라는 입장이다.
또 정당현수막 표시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은 지방정부가 정당현수막의 적용배제 대상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자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의 근거로서 당연히 법령으로 규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시행령에 직접 추가적인 세부기준을 명시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연수구는 현수막을 합법적으로 게재할 수 있는 장소를 지정해 상업용 지정게시대 83곳과 공공용 행정게시대 54곳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도 구 차원에서 불법 현수막 처리와 정당 현수막 시행령을 개선할 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다.
이재호 구청장은 “이제 현수막으로 정치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거리 현수막으로 인한 운전자들의 피해와 등굣길 자녀들의 사고 사례가 많다. 도시 미관뿐 아니라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번 시행령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박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