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1년을 내다보고 짓고, 나무는 10년을 내다보고 심으며, 사람은 100년 앞을 내다보고 가르치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나무가 쓸 만한 재목으로 성장하기에는 10년은 턱도 없다. 물론 나무에 따라 다르지만 소나무의 경우 서까래만 해도 적어도 30년은 자라야 한다.
궁궐이나 사찰처럼 일정한 규모나 품격을 유지해야 하는 대형 목조건축물 주기둥은 어떻까? 고건축학자들에 따르면 아무리 늦잡아도 100년 이상은 자란 나무라야 쓸 만하다고 한다.
경복궁 근정전은 최근에 대대적인 단장을 했다. 말이 단장이지, 주기둥 4개를 몽땅 뽑아내고 새 것으로 교체했으니, 지금 보는 근정전은 엄밀한 의미에서는 흥선대원군 중창 당시의 근정전이 아니라 21세기에 우리가 새로 만든 건축물이다.
애초에는 기와나 서까래 정도만 교체하고자 했던 근정전이 기둥뿌리째 교체된 까닭은 말할 것도 없이 그것들이 썩어 무너져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복궁 중창의 사정을 전하고 있는 당시 기록들을 검토하면, 높이 11m에 달하는 근정전 주기둥 재목으로 쓸 소나무를 확보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으나, 결론은 조선에는 "그럴 만한 재목이 없다"는 허무한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겨우 소나무 재목 하나만 구했는데, 생각다 못해 나머지 주기둥 3개는 전나무를 써야 했다.
벌거숭이로 변해 버린 당시 조선의 절박한 산림 사정이 적어도 11m 이상을 곧게 100년 이상을 자란 소나무를 놓아 둘 여유도 없었고, 망가질 대로 망가진 국가권력이 그것을 통제할 능력도 없었다. 남벌이 가져온 환경재앙이었다.
한데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때마다 "어찌 우리 문화재를 복원하는 데 외국산, 특히 일본산 목재를 수입해야 하는가?"라는 식의 폭로와 그에 대한 질타가 잇따르고 있다.
`우리 것'이 좋은 줄로만 알았지, `그 좋은 우리 것'이 현재의 한반도 산림에는 없다는 처참한 현실 직시를 하지 못한 데 따른 단견 중의 단견이다.
지금은 일부 대규모 공사 현장을 제외하곤 좀처럼 볼 수 없지만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 산림은 곳곳이 민둥산이었다. 온 산을 푸르게 물들이고 있는 저 산림의 나무들이 근정전과 같은 재목으로 자라고 그것을 쓸 주인공은 우리 세대가 아니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기다릴 수도 없고, 더구나 외국산 목재를 수입해다가 쓰기에도 께름칙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생각다 못한 문화재청(청장 유홍준)과 산림청(청장 조연환)이 손을 맞잡고 묘안을 냈다.
두 청이 공동으로 150년 뒤 후손들이 궁궐과 사찰 등 문화재의 보수ㆍ복원에 사용할 금강 소나무(일명 춘양목) 목재를 심고 가꾸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두 청은 각 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11일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 일대 솔밭에 금강 소나무를 심고는 그 산림장 앞에 "150년을 준비한다"는 비문(碑文)을 담은 금강소나무 보호비를 세우는 제막식을 갖는다.
금강소나무는 태백산맥 일원에 자생하는 소나무의 일종으로 수형이 아름답고 나무줄기가 곧고 우람해 궁궐과 사찰 등의 건축자재로는 안성맞춤이다.
우리의 선조들이 후세를 위해 산림을 잘 가꾸고 물려주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나, 그렇다고 굶주림과 추위를 이기지 못한 조상 탓을 할 수는 없는 법이고, 늦게나마 150년 뒤를 생각하게 되어 다행이라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