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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갑의 난독일기(難讀日記)] 엄마와 아들

 

 

보여주지 않아도 압니다. 얼굴은 필요 없습니다. 뒷모습만 보아도 분명할 때, 확인이라는 절차는 생략해도 좋습니다. 그럼에도 방송에서는, ‘이십대로 추정되는 남성과 좀 더 나이 들어 보이는 여성’이라고 표현할 것입니다. 그건 그들의 방식입니다. 나는 그냥 ‘엄마와 아들’이라고 부를 겁니다. 그리 불러도 무방할 만큼 두 사람의 뒷모습은 닮은꼴입니다. 피는 못 속인다고 했습니다. 쾌활한 팔 동작과 명랑한 발놀림만 봐도 틀림없습니다. 저런 생김새와 걸음걸이는 물려줌과 물려받음 아니고서는 불가능합니다. 손과 발을 교차하며 걸어갈 때, 고개 젖히며 웃는 머리 각도와 어깨 들썩이는 모양새까지 영락없습니다.

 

보여주지 않아도 압니다. 설명은 필요 없습니다. 까르르 웃을 때, 서로를 향해 쏟아지는 봄 햇살 같은 눈빛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언론에서는, ‘발달장애 아들을 보살피는 어머니’라고 보도할 것입니다. 그건 그들의 말투입니다. 나는 그냥 ‘엄마와 아들’이라고 부를 겁니다. 그리 불러도 좋을 만큼 두 사람의 웃음은 온전합니다. 억지웃음은 들키기 마련입니다. 특수학교 통학버스에 오르는 아들의 웃음에는 꾸밈이 없습니다. 아들을 배웅하는 엄마와, 차창 안에서 손 흔드는 또 다른 아이들의 웃음에도 가식은 없습니다. 사랑으로 온전한 엄마와 아이들의 웃음은, 한겨울 단칸셋방 유리창에 어른거리는 따뜻한 입김 같습니다.

 

보여주지 않아도 압니다. 동정은 필요 없습니다. 도움을 사기 위해 학교 앞 사거리로 나아간 것이 아닙니다. 엄마가 붕어빵을 구워 파는 것은 아들에게 따뜻한 저녁밥상을 차려주기 위함입니다. 힘듦을 틀에 구워서 희망이라는 빵을 익히기 위함입니다. 내일의 버팀을 위해서 따뜻하게 구운 오늘을 파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방송에서는,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가족’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건 그들의 착각입니다. 그냥 ‘엄마와 아들’이라고 불러야 맞습니다. 평생 도움에 기대 사는 아들을 바라는 엄마는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특수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간절히 응원하는 것도 도움 없이 스스로 살아가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 다음에 오셔서 주세요.

 

한 마디만 들어도 압니다. 굳이 계산할 필요 없습니다. 카드를 내미는 손님에게 엄마는 그렇게 말하며 붕어빵 봉투를 건넵니다. 카드단말기가 없으니 돈이 있을 때 달라는 겁니다. 주소도 전화번호도 묻지 않습니다. 나는 지금껏 이런 거래를 목격한 적이 없습니다. 당신은 어떠십니까. 다음에 와서 물건 값 줘도 되는 백화점 보셨습니까. 돈이 생길 때 공과금 내도 탈 없는 나라에 살아 보셨습니까. 저는 없습니다. 돈이 있을 때 임대료를 입금해도 좋다는 건물주를 만난 적 없습니다. 꿈에서조차, 이자는 돈이 생기면 천천히 갚으라는 은행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언론에서는, 엄마와 아들을 ‘안쓰러운 이웃’이라고 보도할 것입니다.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진정 ‘안쓰러운 사람’은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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