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열 살이 갓 넘었을 것 같은 여자 아이. 어느날 갑자기 어른들에게 욕을 해대며 바닥에 '실례'를 하더니 밤마다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악몽은 계속되고 이제 침대는 알지 못할 힘에 의해 심하게 요동을 치더니 급기야 이 아이는 사람이기보다는 악마에 가까운 신성 모독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드라큘라에 대항하는 무기로 마늘이 있고, 중국 귀신 강시(疆屍)에게는 부적이 '쥐약'이다. 하물며 늑대인간이라고 해도 사람 입장에서는 보름달이 뜨는 음기 충만한 밤만 피하면 되는 것.
하지만 만약 싸워야할 상대가 진짜 악마라고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신의 대행자인 신부들이 있다고 해도 썩 믿음이 가지 않는다. 구마(驅魔) 행위를 한다고 해도 그들 역시 약점을 가지고 있는 인간인 까닭이다. 대항할 '필살기' 하나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악마는 귀신이나 유령 따위와는 차원이 달라 보인다.
73년작 '엑소시스트'(Exorcist.퇴마사)가 처음 개봉됐을 때 이 영화는 기존의 '만만한' 유령들이 등장하는 공포영화들과는 다른 차원의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영화 속 악마는 십자가로 `자위행위'를 하면서 신을 비웃었고 결론 역시 선이 악을 물리친다는 식의 깔끔한 마무리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이후 '엑소시스트'는 수차례 속편으로 다시 탄생하며 나오는 족족 흥행에 성공했고 '오멘' 시리즈와 함께 '신비주의 공포영화'(오컬트 영화)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19일 첫선을 보이는 '엑소시스트-더 비기닝'(Exorcist-The beginning)은 지난 1991년 만들어진 '엑소시스트' 시리즈의 3편 이후 13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속편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마귀를 쫓는 의식을 행했던 메린 신부. 영화는 50년대 전후의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메린 신부가 어떻게 엑소시스트가 됐는지, 악마가 어떻게 다시 세상에 나타나게됐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2차대전이 끝나고 얼마 후. 신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메린 신부는 사제 복을 벗은 상태다.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기억은 나치의 수용소에서 죄없는 사람들을 죽게했던 경험. "지금 이곳에 너의 신(神)은 없다"는 그때 독일 군인의 비아냥은 밤마다 악몽과 함께 찾아온다.
그가 아프리카로 향하게 된 것은 케냐의 한 외곽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동로마제국시대의 교회 발굴 작업 때문이다. 메린 신부는 한 골동품 수집상으로부터 발굴팀에 합류해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아프리카에 도착한 메린. 하지만 당시 이 지역까지 교회의 세력이 확장되지 않았다는 점이 미심쩍다. 게다가 발굴팀을 돕던 원주민들 사이에서는 뭔지 모를 광기가 꿈틀거리고 있다.
'에피소드1'의 부제를 달고 뒤늦게 만들어진 '스타워즈' 시리즈의 속편이나 일본 공포영화 '링'의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속편 '버스데이'(Birthday)의 경우에서처럼 본편 이전 과거로 거슬러간 '엑소시스트-비기닝'은 이들 영화들과 비슷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본편에 열광했던 사람들을 위한 즐거운 '뒤풀이'가 될 수는 있겠지만 본편이 구축했던 '신화'를 뛰어넘는 특출함은 갖추지 못한다는 사실.
1편에서 관객들이 궁금했을 법한 사실을 끄집어내 매끄러운 스릴러물을 만들어내는 데는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는 전편처럼 가정이 붕괴되는 불안감이나 막막한 '적'에 대한 신비스러움은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이보다는 스릴과 볼거리에 치중한 어드벤처물에 가까워진 느낌이다.
감독은 여배우 지나 데이비스의 남편이자 '컷스트로 아일랜드', '클리프 행어', '롱키스 굿나잇' 등을 만들었던 레니 할렌. 액션영화 감독이라는 인상이 강하지만 사실 데뷔작은 공포물 '나이트메어' 시리즈 중 한 편이었다. 지난 8월 미국에서 개봉됐을 때는 1주 동안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한 바 있다. 상영시간 114분. 18세 이상 관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