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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범의 미디어비평] 의심해야 기자다


국민의힘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3월 8일 열린다. 하루가 멀다고 기괴한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다. 대통령이 지원하는 김기현 당 대표 후보가 ‘미디어를 함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좋은 교육사례를 제공했다. 김 의원은 ‘배구 여제 김연경과 가수 남진이 자신에게 응원의 꽃다발을 전했다’며 이들과 함께 찍은 연출 사진 한 장을 지난달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27일 오전, 중앙일보는 《김기현 양 옆에 김연경·남진 ‘엄지척’···꽃다발 들고 응원갔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저를 응원하겠다며 귀한 시간을 내주고 꽃다발까지 준비해준 김연경 선수와 남진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 말씀 드린다”는 김 의원의 발언까지 기사에 친절하게 담았다. 뉴스1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김기현 의원은 두 사람과 오래전부터 계속 알고 지내던 사이로 과거에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다”라는 김 의원측 관계자 말까지 인용했다. 비슷한 기사가 이날 오전에만 수십 건 이어졌다. 


다음날인 28일. 이번에는 김연경과 남진을 비판하는 댓글을 나무라며 네티즌을 훈계하는 듯한 기사들이 쏟아졌다. 디지털타임스의 《“식방 언니 소름, 2찍이었나” 김기현 응원한 김연경·남진···사진 한 장에 ‘악플 테러’당했다》와 같은 기사였다. 이 기사는 “두 스타가 ‘나는 보수 우파’라고 드러낸 것, 정말 용감하고 용기 있는 일이다”라고 쓴 전여옥 전 의원의 SNS를 취재원으로 인용했다. 일부 기사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까지 끌어들였다. 그의 팬카페에서 두 스타를 비난하는 게시물이 이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30일 월요일 아침, 김기현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스타들의 표현의 자유와 정치 참여의 자유를 확보돼야 한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은 ‘악플을 양념 정도로 생각하라’고 했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 발언을 그대로 받아쓰는 기사들이 꼬리를 물었다.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은 “김연경과 원래 아는 사이는 아니었다”고 이실직고했지만 이 내용을 기사화한 언론은 극히 일부였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고 했던 3일전 보도를 뒤집는 발언이었음에도 이를 따져 묻는 기사는 거의 없었다.     


31일. 스포츠경향이 남진과의 전화 통화로 김 의원의 SNS 사진이 연출이었음이 드러났다. 남진은 “김기현 의원은 아예 모르는 사람이고, 들고 있던 꽃도 그 쪽에서 가지고 온 것”이라고 했다. 
정교하게 연출된 정치인의 이벤트에 언론이 완벽하게 속았다. 사회관계망(SNS)에 올리는 홍보물을 그대로 옮기는 건 기사가 아니다. 정치인은 얼굴 한 번, 이름 한 번 더 언급되는 것에 목을 맨다. 과장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이번 해프닝은 김연경이나 남진 두 당사자에게 전화 한 통만 했었어도 막을 수 있었다. 기자는 베껴쓰기, 받아쓰기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뻔한 것도 의심하고 확인하는 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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