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무섭고도 신기하다. 1998년 데뷔 전까지만 해도 일본 그룹 X재팬을 조용히 좋아하던 소녀. 그로부터 7년 뒤, 그녀는 일본영화의 주인공이 됐다. 아닌게아니라 스스로도 "내가 생각해도 너무 신기하다"며 활짝 웃는다.
일본 영화 `린다린다린다'(감독 야마시타 노부히로)의 촬영을 마치고 이달 초 귀국한 배우 배두나(25)를 만났다.
한국인 배우로서 일본 장편 상업영화의 주인공으로 당당히 캐스팅된 배두나는 이 영화 외에도 `굳세어라 금순아' `튜브' 등의 전작이 각종 일본 영화제에 진출하면서 올 하반기 부지런히 일본을 드나들고 있다. 물론 모두 일본 돈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녀는 현재 일본을 강타한 한류 스타는 아니다. 또 그녀 자신 일본에 `진출'하겠다는 거창한 뜻도 없다.
배두나는 "내가 선택한 작품이 일본 영화일 뿐이다.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에는 국경이 없다는 생각으로 출연한 것이지 다른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며칠 전 `하나와 앨리스'를 자막 없이 봤다"며 일본어 실력이 조금씩 향상되고 있다고 수줍게 자랑한 배두나와 차 한잔 마셨다. 남들처럼 나리타 공항을 마비시키지는 않지만 조용히 일본 속으로 침투, 한국 배우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는 배두나에게서는 군더더기 없는 힘이 느껴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본 배우들과 친해졌나.
▲요즘 짧은 영어랑 일본어를 섞어가며 메신저로 대화하고 있다. 처음 만났을 때는 배타적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굉장히 친절하다. 일본인들 틈에서 나만 한국인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먼저 한국어 교본을 들고 와 친밀감을 표시했다.
--딱 한달 촬영했다.
▲진짜 놀랍다. 한달이 채 안걸렸다. 촬영이 안 끝났는데 그만 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일본 영화가 빨리 찍는 비결이 뭔가.
▲일본 영화는 커트를 많이 안 나눈다. 또 낭비가 전혀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영화는 상대적으로 잘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시간도 많이 주고, 감독이 심혈을 기울이는 점에 대해서는 배려를 해주지 않나. 그에 비해 일본은 프로듀서의 천국이다. 감독이 하고 싶어도 프로듀서가 제지하면 하지 못한다. 한달치 스케줄이 한번이 나오고, 단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됐다. 프리프로덕션이 너무 완벽하다. 크랭크 인 전 열흘간의 리허설 기간이 있었는데 그 리허설 자체가 완벽했다.
--일본어로 연기하는 것은 어땠나.
▲우리말로 연기할 수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한 지 깨달았다. 아무리 일본어 대사를 안다고 해도, 우리말로 연기할 때의 세밀한 뉘앙스는 절대 표현하지 못한다. 또 촬영장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즉각즉각 파악하지 못하는 것도 답답했다. 통역 언니의 도움이 있긴 했지만, 한계가 있다.
--촬영장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달 내내 `벤토(도시락)'만 먹었다. 신기하다. 일본 사람들은 굉장히 개인적이다. 회식도 없었다. 식사 시간이 되면 저마다 도시락을 들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우리는 둘러 앉아 함께 먹어야 하지만 일본인들은 식사 시간이 자기만의 시간이다.
현장에서는 "식사하셨어요?"가 굉장히 낯선 인사일 정도다. 와중에 동료 배우들이 "다른 촬영장보다 여러 종류의 벤토가 나왔다"며 좋아했다. 그런데 일본인들은 정말 콩알만큼 먹는다. 나도 소식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일본인들은 나의 3분의1정도만 먹었다. "너무 말랐는데 왜 그러냐"고 물으면 "아니야, 난 다이어트를 해야해"라고 했다.
--한류를 느꼈나.
▲동료 배우가 "`살인의 추억'을 본 후 일본 영화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고 한 말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장동건 원빈 등은 모두 알고있었다.
--일본에 배두나 팬도 있던가.
▲확실히 일반인 보다는 `업계'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것 같다.(웃음) 내 영화들이 워낙 일본에서 적게 개봉했기 때문에 팬일 경우는 골수팬이 대부분이다. 일본은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엑스트라들을 자원봉사로 모집하는데, 내 팬이라며 도쿄에서 찾아온 남자도 있었다.
--기특하다. X재팬을 좋아하던 고등학생이 일본 영화에도 출연하고.
▲진짜 그렇다. 중학교 때부터 심은하 언니의 팬이었다. 그런데 2000년 `플란다스의 개'로 신인상 후보에 올라 대종상 시상식에 참석했을 때, 내 옆자리에 심은하 언니가 앉아 있었다. 이게 꿈인가 싶어 계속 쳐다봤더니, 언니가 "왜요?"라고 물었다. 그때 진짜 배우하기 잘했다고 느꼈다. 마찬가지로 그저 X재팬이 좋아 가사를 읽으려고 혼자서 일어를 독학했는데, 일본 영화를 찍었다. 새삼 놀랍고 신기하다.
--영화에서 노래도 불렀다는데.
▲세 곡을 불렀다. 여고생 밴드의 이야기인데, 내가 보컬 역이다. 가수가 아니니까 너무 못하지만 않으면 됐다.
--참, 지진은 안 겪었나.
▲죽는 줄 알았다. 촬영장에서는 아니고 도쿄 긴자에서였다. 호텔 22층에 있었는데 건물이 좌우로 삐걱삐걱 흔들렸다. 한 5분간 그랬는데 정말 무서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