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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형의 생활여행] 봄, 축제의 시작

 

 

막힌 꽃길은 없다. 축제의 계절이 왔다.

긴 겨울을 보낸 이들은 남쪽에서부터 들려오는 봄꽃 소식에 쫑긋 귀를 세운다. 애타게 기다리던 봄은 느릿느릿 움직이다 3월 말부터 화사하게 피어난다. 한국의 남쪽 끝에서부터 들려오는 봄꽃 소식에, 길을 걷다 문득 느낀 봄 내음에, 겨우내 굳었던 나무와 땅이 물러진 몸으로 내보인 말간 새싹에 사람들의 가슴도 부드러워진다.

 

봄은 세상을 색색으로 물들인다.

첫걸음은 유채꽃과 매화다. 제주도 산방산과 성산일출봉 앞의 노란 융단, 광양 매화마을의 하얗게 뒤덮인 언덕 사진이 sns와 각종 매체를 장식할 때, 서울에선 봉은사와 창덕궁의 매화 몇 송이가 꽃망울을 터뜨린다.

 

3월 중순, 생활 속으로 파고든 봄은 차츰차츰 색을 퍼뜨린다. 출근길 따라 와글와글 피어난 개나리에 눈길이 가고, 밤을 밝히는 하얀 목련에 마음을 빼앗긴다. 발밑에선 작은 야생화들이, 산기슭에선 진달래가 고운 꽃잎으로 인사를 건넨다. 봄이 퐁퐁 터뜨리는 꽃망울에 가슴이 간질거리는 시기다.

 

그리움이 깊어지는 4월, 봄은 마침내 세상을 화사하게 뒤덮는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활짝 피어난 벚꽃은 사람들을 거리로 불러들여 환호성을 일으킨다. 벚꽃길을 거니는 사람들의 옷차림과 표정도 벚꽃만큼 화사해진다.

 

4월 말에서 5월 초엔 세상의 모든 색을 담은 듯한 튤립이, 꽃들의 여왕이라 불리는 장미가 무르익은 봄을 한껏 뽐낸다. 이팝나무와 조팝나무가 몽글몽글한 꽃망울을 흔들고, 황매화와 철쭉은 짙은 노랑, 분홍, 주홍빛으로 봄을 수놓는다.

 

남북으로 긴 한국에서 겨울부터 인기 있는 개화 지도에 의하면 올해는 개화 시기가 3~11일 정도 빨라 서울에선 진달래 3월 20일, 개나리와 유채꽃 3월 22일, 벚꽃 3월 28일에 꽃이 피며, 인천에선 진달래 3월 22일, 개나리 3월 27일, 벚꽃 4월 3일에 꽃이 핀다. 개화 시기로부터 일주일, 발걸음을 빠르게 움직이면 색색으로 물든 봄을 마주할 수 있다.

 

길고 긴 코로나 기간을 견딘 후 마침내 재개하는 봄꽃 축제 소식도 가득하다.

봄꽃 축제의 서막 광양매화축제는 3월 10일부터 19일, ‘4년 만의 재회’를 주제로 축제를 펼쳐 역대 최고의 관광객을 불러 모았다.

 

벚꽃축제의 상징인 진해군항제와 여의도벚꽃축제(영등포여의도봄꽃축제)를 비롯해 원미산진달래축제, 군포철쭉축제, 태안세계튤립축제와 곡성세계장미축제 등 전국 곳곳의 봄꽃 축제들도 빗장을 연다.

 

작년까지 가로막혔던 꽃길은 이제 각종 공연과 행사와 먹거리를 갖추고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거대한 규모의 축제뿐만 아니라 동네에서 열리는 소소한 축제들도 이어진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봄처럼, 봄꽃 축제 역시 멀리 가지 않아도 누구나 만끽할 수 있다.

 

봄은 찾아왔고, 축제는 시작됐다.

마스크 없는 화려한 이 봄, 어떤 색으로 물들어 볼까./자연형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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