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별들이 가까이 온 것 같습니다. 시와 벗한 지 70년이 넘었지만 시는 아직도 내게 비밀을 말하지 않습니다."
국내 시단의 최고 원로인 황금찬(86) 시인이 서른세 번째 신작시집 `조가비 속에서 자라는 나무들'(모아드림)을 냈다.
"별 하나 따/네 마음 밭에 심었다/꽃이 피다./사랑 한 떨기/하늘 밭에 심으면/별이 되리라."(`꽃과 별' 전문)
시인이 서문에서 "내 현주소가 하늘로 옮겨진 것 같다"고 밝힌 것처럼 71편의 수록시에는 원초적이고 순수한 시 세계가 펼쳐진다.
시인은 "이제 비로소/눈을 떴다.//나와/자연은/생일이 같다./그래 문을 닫는 날도/같으리라."(`이제 깨닫고' 중)거나 "새벽/3시 40분이다/닫힌 창 앞에/달이 가는 소리를/고독한 우주와/듣고 있었다."(`창 앞에서' 전문)거나 "새는 늙지 않고/병들지 않는다./그래 이 우주 안엔/새의 무덤이 없다./그러나 노래의/무덤은/하늘에 있더라고."(`새' 전문) 등의 시편을 통해 우주합일의 경지를 노래하고 있다.
"시를 쓴 지 오래됐지만 등단은 늦었어요. 1939년 `문장'지의 추천을 받으려 했는데 다른 사람에게 밀렸죠. 그 사람의 시를 보니 내가 쓴 것은 시가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한동안 시 쓰기를 단념했죠. 일제말기인 1940년대에는 신문잡지가 많이 폐간돼 등단할 기회가 거의 없기도 했죠."
노시인은 데뷔 초 가난했던 시절을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일제시대에 간행했다가 폐간된 `새사람'이 해방 후 복간됐다. 황 시인은 1947년 그 잡지를 통해 시를 처음 발표했다.
이어 `기독교 가정' 등의 잡지를 통해 다수의 시를 발표했지만 순문예지를 통해 등단하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다. 그래서 1953년 `문예'지와 `현대문학'의 추천을 받고 뒤늦게 문단에 정식으로 이름을 올렸다.
"첫 시집 `현장'은 등단한 지 10년을 넘겨 1965년에야 냈습니다. 가난해서 시집을 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죠. 나이가 많이 들어도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쓸쓸해져요."
노시인은 "이제는 자랑할 것도 부끄러울 것도 없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끄러운 마음이 있을 때는 `잘 써야지'라는 강박관념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은 무시할 만한 나이가 됐지 않느냐"며 웃었다.
노년에도 불구하고 매년 시집을 내고 있는 그는 "다른 사람이 보면 시 같지 않을지 모르지만, 좋든 나쁘든간에 시를 계속 쓰겠다"면서 굳이 "죄송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시인은 1993년부터 계간 `시마을'을 발행하고 있고, `시마을 낭독회'와 `보리수 시낭독회' 등 시낭송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아시다시피 잡지를 내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돈이 드니까요. 그동안 집 한 채 값은 들어갔을 거요. 책보는 사람은 없고, 우편요금은 많이 들고, 광고도 안주고, 정말 힘들어요. 그래도 계속 내려고 해요. 이 나이에 그것마저 안하면 슬퍼서 살 수가 없어요. 어려움 속에서 책이 나오면 얼마나 기쁜 지 몰라요. 아마 그런 심정을 이해하기 어려울 거요."
그는 1994년부터 이끌고 있는 `시마을 시낭독회'를 통해 그동안 100여 차례 시낭독회를 열었다. 시인과 작곡가들의 모임인 `100인회'에 참여해 가곡 보급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5일에는 고려대에서 첫 발표회를 가졌다.
"요즘은 부를 만한 노래가 없어요. 이런 말 듣고 화내지 마세요. 유행가는 정신문화에 도움을 못 줍니다. 고등학교에도 음악시간이 거의 사라졌어요.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시인과 작곡가들이 가곡 보급 운동을 펼치기로 했죠."
노시인은 지금도 서울 광진구와 마포구의 문화원에서 시를 가르치고, 출판기념회나 지방 문학강연에 다니느라 바쁘게 산다. 지난 5월에는 양재일 시인 등의 주도로 노시인의 고향인 강원도 양양군 낙산도립공원 앞에 시 `별과 물고기'를 새긴 시비가 세워지기도 했다.
그는 "열심히 움직이고 바쁘게 사는 것이 건강 비결"이라며 "죽는 날까지 시를 쓰겠다"고 말했다.







































































































































































































